내년에 금융 산업이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에 저성장까지 겹치면서 성장성과 수익성 모두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은행업보다 비은행업의 부진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됐다. 가계부채, 한계기업,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같은 취약 부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이하 연구소)는 2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3년 금융 산업 전망’ 보고서를 발간했다.
은행업은 대출증가율 둔화가 계속될 전망이다. 은행권 대출 성장률은 2021년 8.2%에서 올해 5.3%로 떨어지고, 내년에 4.3%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대출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둔화되고, 투자수요 감소로 신용대출이 감소하면서 전년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대출은 소호(개인사업자)대출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시설자금 수요 증가로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연구소는 기준금리 상승에 따라 은행권의 순이자마진(NIM)은 개선되나 대손비용 증가로 수익성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증권업은 내년에도 증시 침체가 이어져 브로커리지 부문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IB부문 회복도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채무보증이 급증한 부동산PF에 대한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이에 증권업계는 안정적인 수수료 창출을 위해 자산관리 사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여신전문금융업은 경기둔화로 성장성이 정체되는 가운데 조달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침체로 카드결제와 리스·할부 성장이 정체되고, 여전채 조달 비용 증가로 수익성도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최근 부동산PF 규모가 커진 캐피털사의 건전성과 여전채 시장의 수급 악화에 따른 유동성 리스크도 우려되므로 대비가 필요하다고 연구소는 제언했다.
류창원 연구위원은 “2023년 금융 산업은 경기둔화로 성장성이 정체되고 조달 및 대손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무리한 성장보다는 내실경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가계부채와 한계기업, 부동산PF 등의 취약성이 고금리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와 부동산 경기 악화 등으로 표면화될 가능성이 높아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비은행업권은 취약계층과 자영업 다중채무자, 지방 건설사업장 등의 부실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백종호 연구위원은 “지난 10년간 건전성이 하향 안정화됐으나, 2023년은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고 금리상승으로 인한 가계 채무부담의 급증, 부동산 경기 침체로 PF부실이 늘어날 우려도 크다”며 “반면, 코로나 금융 지원으로 건전성 착시는 더욱 심화될 수 있어 금융회사들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