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5일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시정연설'을 통해 639조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국회의 대승적 협력을 요청했다. 그러나 헌정사상 최초로 제1야당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보이콧'하면서 법정기한(12월 2일)내 예산안 처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尹 "경제성장과 약자복지 선순환...건전재정 중요"
최상목 경제수석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예산안의 '3대 키워드'로 건전재정과 약자복지, 미래준비를 꼽고 "글로벌 복합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연설한 것 자체가 우리나라의 국제 신인도를 더 견고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의 연설문 분량은 18분 28초로 역대 가장 짧았다. 기존 최단 기록은 지난 2008년 10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26분이었다. 또 169석에 달하는 더불어민주당이 불참하면서 전체 국회 의석(299석)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1분에 한 번꼴(19차례)로 박수를 치며 윤 대통령을 응원했다.
연설문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는 '지원'으로, 모두 32차례 등장했다.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을 적극 지원하는 선별적 '약자복지'에 힘을 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경제는 13번, 투자는 9번, 산업은 5번 언급됐다. 국회와의 '협치' 대신 '협조'(1차례), '협력'(2차례)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강조해온 '자유'는 명시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7차 핵실험 준비'를 마무리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기존의 '담대한 구상'을 재차 천명하고 "북한이 비핵화 결단을 내려 대화의 장으로 나온다면 정치‧경제적 지원을 다 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형 3축체계 고도화', 한·미·일 안보협력 등을 통한 '대북 억제력 강화'도 언급했다.
민주당은 시정연설에 전원 불참하고 대신 본회의장 입구 로텐더홀에서 '국회 무시 사과하라' '야당탄압 중단하라' '이 XX 사과하라' 등의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항의시위를 했다. 윤 대통령이 국회 본관에 입장할 때는 침묵 시위도 펼쳤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야당 태도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 직전 국회의장실에서 김진표 의장과 5부 요인, 국민의힘과 정의당 지도부 등과 20여 분간 환담을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불참했다.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비속어 논란 등에 대해 '사과하시라'고 하자, 윤 대통령은 "사과할 만한 일이 없었다"고 일축했다. 또 김 의장이 "여의도 날씨가 훨씬 더 싸늘한 것 같다"며 여야와 정부 협치를 당부했지만, 윤 대통령은 웃음을 지으며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라는 헌법 시스템이 잘 작동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