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배터리 원료 시장을 선점한 중국 견제에 나섰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원료의 국내 생산 확충에 28억 달러를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포부다. 아울러 동맹국과 함께 안정적인 핵심 광물 공급망을 구축하는 등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백악관은 19일(현지시간) 에너지부가 인프라법에 근거해 책정한 보조금 중 1차분으로 28억 달러(약 4조원)를 △앨라배마 △조지아 △켄터키 △뉴욕 △테네시 등 12개 주 소재 20개 배터리 기업에 지급한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 측 목적은 명확하다. 미국 중심의 공급망을 강화하고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앞서 시행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첨단 반도체 장비 중국 수출 제한 금지 등과 궤를 같이한다. IRA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자재를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공급받을 때 지원금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중국을 배제했다. 지난 7일에는 미국 상무부가 미국 기업에 대해 중국 반도체 생산기업에 첨단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금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 견제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날 진행된 배터리 기업들과 개최한 화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자동차의 미래는 전기차이고 전기차의 핵심은 배터리"라며 "하지만 지금 배터리 생산의 75%는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 내 자동차 배터리 원료 공급망 구축에 대해 "일각에선 도전으로 보지만 우린 산업혁명 이래 가장 중요한 경제적 전환 중 하나인 탄소중립으로 전환할 진정한 기회로 본다"고 야망을 드러냈다.
외신들도 미국 정부의 이번 전기차 배터리 원료 생산 관련 투자는 중국 견제를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제 전문 매체 CNBC는 "중국과의 경쟁은 이번 (배터리 원료 자국 내 개발과 생산) 압박의 핵심 원인"이라고 전했다.
백악관은 이날 글로벌 인프라·투자 파트너십(PGII)을 통해 동맹국과 함께 배터리 핵심 광물 공급망을 구축할 계획도 밝혔다.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발표한 PGII는 개발도상국의 사회기반시설 구축에 2027년까지 6000억 달러를 투자하는 구상이다. 동맹국과 함께 핵심 광물 매장지를 파악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하겠다는 것이 백악관 측 설명이다. 중국 중심의 공급망을 미국 동맹 중심으로 옮기려는 것이다.
다만 기업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나온다. 이날 독일 BMW는 미국 내 전기차와 배터리 생산시설에 17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히면서도 미국 측 조치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올리버 칩세 BMW그룹 회장은 중국산 배터리 부품과 원료 사용을 금지한 미국 측 조치에 대해 "현실적인 규제를 부과해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