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알짜 사업 부문만을 따로 떼어내 100% 자회사로 두는 물적분할로 기존 주주들의 피해가 잇따르자 금융당국과 정치권은 소액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13일 금융당국과 정치권에 따르면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20일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주식매수청구권을 한 단계 강화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시 매수가격을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가중산술평균한 ‘공정가액’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금융위의 이번 권익 제고 방안을 통해 앞으로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그간 상법과 자본시장법에서는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주주는 원칙적으로 주식매수청구권이 부여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기존 주주들도 엑시트(EXIT)가 가능해졌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기업에 주식을 매수해줄 것을 청구하는 권리다.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주주들은 물적분할 의결 주주총회에서 분할이 추진되기 이전 주가로 주식을 매각할 수 있다.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때 기업의 주식 매수가격은 주주와 기업 간 협의로 결정되지만 협의가 결렬되면 법령상 이사회 결의일 전날부터 과거 2개월, 과거 1개월, 과거 1주일간 각각 가중평균한 가격을 산술평균해 시장가격을 산정한다. 만일 이에 대해서도 협의가 되지 않으면 법원에 매수가격 결정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매수가격을 산정하는 데 있어 시장에서 거래된 주식 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주식 가격이 기업가치와 정비례하지 않는 만큼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또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막기 위해 기업에서 인위적으로 주가를 억누를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나왔다.
이용우 의원은 “합병가액뿐만 아니라 주식매수청구권 매수가격도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고려한 공정가액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주주 권익을 탄탄하게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가능해지면 이는 상장회사의 물적분할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대규모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되면 회사가 이를 되사는 과정에서 비용이 커질 수 있고, 이런 부담이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면 기업분할 자체가 취소될 수도 있다.
송창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실무적으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과 주식매수 청구 기간 만료 시점의 주가 차이에 따라 실제 행사되는 주식 수에 큰 차이가 있다”며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기업들은 향후 물적분할 추진 시 상당한 규모의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돼 거래비용이 증가하는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추진해야 한다. 그 결과 앞으로 상장회사의 물적분할이 상당히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금융당국은 물적분할을 추진하려는 기업은 공시를 통해 주주들에게 물적분할에 대한 구체적인 목적 등을 알리도록 했다. 금융위는 이사회 의결 후 3일 내에 ‘주요사항보고서’를 통해 물적분할을 하는 구체적인 목적(구조조정, 매각, 상장 등), 기대효과, 주주 보호 방안 등을 공시하도록 했다.
아울러 분할된 기업이 상장에 나설 때에도 까다로운 상장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만일 물적분할 이후 5년 내에 자회사를 상장하려 할 때 거래소는 모회사 일반주주에 대한 보호 노력을 심사하고 미흡하면 상장을 제한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