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팜유 생산 1위 국가인 인도네시아가 28일부터 팜유 수출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식품·화장품업계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몇 개월치 재고 확보로 당장 국내에 공급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원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제품 가격 인상과 함께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6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수입 팜유 가격이 톤당 1400달러 선을 처음으로 넘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팜유 수입단가는 1년 전과 비교하면 40.6% 올랐고,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3월과 비교하면 무려 95.1%나 상승했다.
팜유는 식물성 유지로, 라면이나 과자를 만들 때 사용될 뿐 아니라 화장품·세제 등 원료로 사용된다. 이로 인해 팜유 가격이 오르면 라면·과자를 비롯해 식품물가에도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은 인도네시아산 팜유 수입량이 56.4%에 달해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국내 식품업체 대다수는 3~4개월치 팜유 물량을 비축하고 있어 당장 공급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농심 관계자는 "팜유 재고량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밝힐 수 없지만 당장 수급에는 차질이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오뚜기 관계자도 "팜유 물량을 어느 정도 비축해 둔 만큼 이번 인도네시아 수출 금지 방침이 원료 수급에 즉시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수출 금지가 길어질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말레이시아산 팜유 등 대체재가 있긴 하지만 맛 차이가 있어 사용하기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물성 기름인 팜유는 유탕면과 과자 등 제조에 사용하는 핵심 원료"라면서 "당분간 버텨보겠지만 원재료 가격 상승 압박이 심해지면 제품 가격 인상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화장품업계도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중단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팜유가 식품 외에도 비누, 크림, 로션 등 원료로도 사용되기 때문이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수출 금지된 팜유는 식품에 사용하는 팜유만 해당돼 화장품에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사태가 길어질 것에 대비해 관련 상황을 주시하며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팜유 외에도 국제 곡물 가격 역시 상승세다. 지난달 수입 밀은 톤당 가격이 402달러 수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41.4% 올랐다. 사료용 곡물도 올해 1분기 5.8% 올랐으며 2분기에 13.6%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