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적절한 시기에 지준율 인하 등 통화정책 사용"
14일 중국 증권 매체 증권시보 등에 따르면 국무원은 전날(13일) 리커창 총리 주재 회의에서 "현재 정세 변화를 감안해 대손충당금 적립 수준이 높은 대형은행에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을 질서있게 인하하는 것을 장려하고 적기에 지준율 등 통화 정책 도구를 운용할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전체적인 대출 비용을 낮춰 실물경제, 특히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중소·영세기업, 자영업자의 금융 지원을 한층 더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국무원이 최근 일주일 사이 두 차례나 적기에 통화 정책 수단을 운용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앞서 6일 리커창 총리는 국무원 상무회의를 주재해 "현재 일부 시장 주체가 심각한 충격을 받고 있다"며 "다양한 통화정책 도구를 적시에 활용하고 정책의 총량과 구조 기능을 보다 효과적으로 발휘해 온건한 통화정책으로 유동성을 적절히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원빈 민생은행 수석 연구원은 "현재 중국 경제가 3중 압력과 수요 부족에 직면해 있다"며 "적절한 시기에 지준율을 인하하는 것이 시장 안정은 물론, 경제 주체의 신뢰를 강화하고 수요를 확대 및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준율 인하는 장기 유동성을 풀고 은행의 부채비용을 감소시켜 금융 기관의 대출 확대를 유도하고 실물 경제의 융자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투자컨설팅회사인 쥐펑터우구 투자고문인 정난은 "국무원이 반복적으로 통화 정책 완화를 시사한 것은 5.5%라는 경제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르면 15일 지준율 인하 유력
일각에서는 15일 정책금리인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금리와 지준율을 동시에 인하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준율 인하 조치를 통해 일부 MLF 만기 도래분을 대체할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다. MLF는 인민은행이 금융기관에 자금을 공급해 유동성과 금리를 조절하는 정책 수단이다. 만기도래 물량보다 유동성 규모를 늘리거나, MLF 대출금리를 인하할 경우 추가 통화 완화로 해석될 수 있다. MLF 금리는 오는 20일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결정하는 데도 영향을 미친다.
증권시보는 이날 1면에 "경기 하방 압력이 3월 경제·금융지표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으며, 국무원이 재차 '지준율 등 통화 정책 수단 운용'을 강조하면서 인민은행이 지준율 인하나 금리 인하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라면서 시장에선 15일을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현재 중국 경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하방 압력 등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에 직면해 통화 정책을 완화하면 효과가 미미할 순 있지만 현재 중국은 수요 위축, 공급 쇼크 문제에 직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확산세로 경기 전망도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지준율이나 금리 인하 같은 명백한 통화완화 정책 신호가 나오면 가장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정책 운용 여지로 보면 지준율 인하, 금리 인하 공간이 충분하다"며 "MLF 금리 인하는 은행 부채 비용을 줄일 수 있고 'MLF금리-LPR금리-대출금리'를 인하해 실물 경제 자금조달 비용 절감을 유도하고, 기업과 주민의 부채 상환 부담을 낮출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다만 금리 인하를 단행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쩡강 국가금융발전실험실 부주임은 당장 MLF 금리를 인하하지 않더라도 수수료 인하 등 실물 경제 융자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라고 시사한 데다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미국의 행보에 발맞춰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중국 정책 금리 인하 공간이 제한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가오루이둥 광다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연준이 오는 5월 통화정책 긴축 강도를 높이게 되면 인민은행이 직면한 압력은 눈에 띄게 커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