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각 세대 소화전마다 입주민 정보가 적힌 글씨가 발견돼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 생후 7개월 된 아이를 키우는 한 주민의 현관문 옆엔 정체불명의 숫자가 적혀 있었는데, 알고 보니 고대 히브리어로 '어린아이'란 뜻으로 확인돼 공포심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이 아파트 주민 A씨는 각 세대 개인정보가 소화전에 기록돼 있단 내용의 안내문을 엘리베이터에 붙였다. A씨는 안내문에 "지난 2월 소화전 윗부분에 생후 7개월 된 저희 아기 이름이 적혀있는 걸 확인했다"며 "다른 호수도 확인한 결과 1층을 제외한 모든 층 소화전에 입주민 이름이 적혀있었다"고 전했다.
A씨는 자신의 집 현관문 옆엔 '5759'라고 적힌 숫자가 남겨져 있었는데, 포털사이트에 숫자가 나타내는 의미를 검색한 결과 고대 히브리어로 '어린아이', '유아', '젖먹이'란 뜻을 가진 것으로 나타나 무서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A씨에겐 생후 7개월 된 아이가 있었기 때문.
A씨는 "현재 거주 중인 동 외에도 다른 동을 확인해보니 모두 소화전 윗부분에 이름이 적혀있는 걸 확인했다. 이 정도라면 전 세대에 이름이 적혀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파트 세대 정보가 현관문 앞에 떡하니 남겨져 있어 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지만, 관리사무소 측의 대응은 미적지근한 것으로 보인다. A씨는 관리사무소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데다, 낙서를 지워 증거를 없애고 있다고 쓴소리했다. 관리사무소 측은 안내문을 작성한 주민이 불안해해 당사자 이름만 지운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A씨는 "4개 층에 사는 주민들의 이름이 지워진 것을 확인했다"며 관리사무소 측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A씨는 "관리사무소 측이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에 신고해 범인을 잡기보단 이 상황을 쉬쉬하려는 모습을 보인다"며 "주민들에게 심각성을 알리고자 안내문을 작성한다. 모두 소화전 윗부분을 확인한 뒤 증거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사진으로 찍어 남겨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지난 2014년 3월에도 광주의 한 아파트 현관문에 뜻을 유추하기 어려운 표시가 발견돼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또 작년엔 혼자 사는 20대 여성이 자신의 집 현관문에 이름 초성이 적혀 있는 걸 발견했다며 불안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당시 여성은 “집 문 위쪽 귀퉁이에 제 이름 초성이 쓰여 있었다. 원래는 분명 없었다. 글씨가 언제부터 쓰여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다”며 의아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