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말고 대통령직인수위 가서 이야기해주세요. 아침 출근길마다 불편해 죽겠어요."
28일 오전 8시 50분께 서울 충무로역에서 한 남성은 지하철 탑승 시위로 열차가 지연되자 장애인 단체 관계자를 향해 이같이 외쳤다. 승객들로 가득 찬 열차 안에는 시위를 보며 덤덤한 표정으로 기다리는 시민과 짜증 섞인 욕설을 하는 시민이 공존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안국역 방향 경복궁역 탑승 플랫폼에서 "출근길에 지하철을 타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우리는 2001년 김대중 정부부터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까지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준석 대표는 이것을 정파적 문제로 얘기하고 '박원순 시장에게 약속한 것을 왜 오세훈 시장에게 그러냐'고 해서 수정해 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SNS를 통해 "시민 출퇴근을 볼모 삼는 시위가 지속되면 제가 현장으로 가서 따져 묻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정치권을 대신해 장애인들에게 사과했다. 김 의원은 "누군가 사망하거나 중상을 당해 언론이 주목해야 관심을 가진 것에 대해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드린다"며 "헤아리지 못하고 적절한 단어 사용을 못한 점, 적절한 소통을 못한 점 정치권을 대신해 사과드린다. 정말 죄송하다"며 무릎을 꿇었다. 김 의원이 무릎을 꿇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탄식이 나오기도 했다.
휠체어를 탄 전장연 관계자 6명이 지하철을 탑승하면서 5분 넘게 지연되자 열차 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공간이 없는데 어떡하냐"고 항의하거나 "내려요. 옆 칸으로 간다고요"라며 화를 내는 사람도 있었다. 전장연 관계자들이 열차에서 마이크로 농성을 이어가자 한 여성은 "회사도 못 가고 이게 뭔 일이야"라며 짜증 섞인 표정을 지으며 이어폰을 꽂았다. 이후 명동역과 충무로역, 혜화역에서 일부 시민이 지하철 시위에 불만을 표하며 욕을 하거나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장애인 예산 확충 요구에 공감을 표하는 한편 시위 방식에 아쉬움을 비치는 목소리도 있었다. 지하철 탑승 시위를 보던 직장인 A씨는 "장애인이 지하철 출퇴근을 못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이해하면 좋겠다. 선진국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유모씨는 "출퇴근길 시위는 과하다"며 "장애인 예산 확보라는 주장에 공감하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하면 마음이 바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전장연 지하철 시위는 경복궁역에서 시작해 충무로역과 명동역을 거쳐 혜화역에서 오전 10시께 종료됐다. 전장연 측 관계자는 "출퇴근 시간이라고 장애인이 왜 못 타야 하느냐. 욕하는 사람들은 출퇴근 시간이 아니어도 욕을 한다"며 "정치권이 장애인 권리 예산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할 때까지 지하철 출근길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