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건설산업의 공정거래문화 정착의 조건

2021-09-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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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영덕 선임연구위원]


지난 6월 광주 재건축 현장 철거공사 중 발생한 붕괴사고로 안타까운 인명이 희생된 이래, 정부와 국회의 불법 하도급 근절을 위한 법 개정이 속속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8월에는 건축물 해체공사의 안전 확보방안을 골자로 한 정부의 불법 하도급 대책이 발표됐고, 최근에는 의원입법으로 10년 내 2회 불법 하도급 적발 시와 불법 하도급으로 사망사고 발생 시 즉시 건설업 등록을 말소하고, 리니언시제도에서 반복적인 불법 하도급을 제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불법 하도급은 건설생산체계를 교란하고, 역량 있는 건설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더 나아가 건설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한다. 따라서 불법 하도급은 반드시 근절돼야 할 불법적 관행이라는 점에서 근절을 위한 대책들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불법 하도급에 대한 처벌만 강화해선 불법 하도급을 실질적으로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불법 하도급을 근절하기 위한 제도적·문화적 기반을 구축하는 노력이 뒷받침될 때, 불법 하도급의 실질적인 근절과 건설생산 과정의 공정한 거래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

사실 지난 광주 붕괴사고는 제도적인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던 해체공사의 불법 하도급으로 인하여 턱없이 낮은 공사비를 지급해 부실공사로 이어졌고, 여전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관련 비리가 더해진 결과다. 그러나 보다 넓은 시각에서 보면,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건설산업에서 여전히 공정한 거래문화가 정착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제도와 법률에 의한 규제만으로는 건설산업 내에 지속되고 있는 불법적이고,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 한 예로서 우리나라의 건설산업 관련 하도급법률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강력하다. '건설산업기본법'과 '하도급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각종 규제의 수위와 내용은 매우 높은 수준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인 하도급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산업 내에 공정한 하도급 문화가 정착되는 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또한, 그동안 재개발·재건축 등의 정비사업 과정에서 비리나 부정행위가 적발될 때마다 각종 법률 개정과 제도 신설을 통하여 규제를 강화해 왔으나, 여전히 정비사업의 부정과 비리는 지속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우선 고려해야 할 점은 건설산업 내 공정한 거래문화 정착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담은 대책 수립이 요구된다. 문화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처벌과 통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건설산업 참여자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끌어들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통제와 처벌이 아닌, 바람직하고 모범적인 거래행위에 대한 장려와 지원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공정한 거래문화 정착의 실질적인 표본이 되는 모델을 만들고, 다양한 유인책을 통하여 모델 실행에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하나의 건설사업에서 더 많은 건설사업으로 확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하는 대책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건설 관련 사고가 있을 때마다 건설사업의 비리와 부정에만 초점을 맞추고 건설사업자에 초점을 맞춘 대책을 쏟아내 왔다. 이는 실질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건설사업 유형에 따라 건설사업자는 물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한쪽에 치우친 대책은 또 다른 쪽의 불법적인 행위를 용인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고, 이는 지속적인 불법적 행위로 이어진다. 대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보다 면밀하고도 체계적이며, 광범위한 시각에서의 대책 수립이 필요한 이유다.

지금까지 건설 관련 사고가 있을 때마다 많은 관련 대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러한 사고들이 끊이지 않는다. 단기적이고 임기응변식의 대책으로는 이러한 사고의 재발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이해관계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인하는 실질적이고 면밀한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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