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거래가 줄어드는데 가격은 오르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가격 부담감에 수요가 줄었지만 매물이 더 많이 줄면서 매도자 우위의 시장 상황이 유지되고 있어서다. 정부의 잇따른 고점 경고와 부동산 규제에도 집주인들은 오히려 추가 상승을 기대하며 매물을 거두거나 호가를 더 높이고 있다.
1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 2일 기준 107.9로 지난주(107.6)보다 0.3포인트 상승했다. 3월 첫째 주(108.5)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집을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가격 급등에 대한 피로감으로 매수자가 줄었지만 매도자가 더 큰 폭으로 쪼그라들면서 수요가 많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결국 정부 규제 등으로 인해 매물이 줄어 매도자 우위 시장이 발생한 것"이라며 "매도자보다 수요자가 많으니 결국 집값은 오른다"고 말했다. 아파트가 인기가 없어 거래량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매물이 없어서 매수자들이 못 사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거래는 급감했지만 집값은 우상향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있다. 8월 첫째주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격 주간 상승률은 0.20%이다. 지난 4월 중순 이후 한 주도 빠짐없이 올랐다.
호가는 오르는 집값을 즉시 따라잡으며 더 높은 곳으로 뛰고 있다. '마곡13단지 힐스테이트마스터' 전용 84㎡는 지난달 19일 15억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현재 해당 면적대 매물은 13개이며 14억5000만원에 올라온 한 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15억원 이상에 호가가 올라와 있다. 최대 호가는 19억7000만원에 달한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집값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 굳이 집을 내놓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거래가 급한 사람들도 호가를 높여서 매물을 올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신고가나 높은 가격에 거래가 되면 집주인들은 자연스럽게 매물의 가격을 높인다"며 "일반적으로는 이렇게 오르다 집값이 너무 높아지면 조정이 오는데 최근 상황에서는 조정될 기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조정이 되더라도 "단기적인 조정에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양도소득세 중과 규제로 집을 팔지 않아, 매물이 줄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매도 대신 증여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총 1698건으로, 5월 1261건보다 35% 증가했다. 특히 집값이 비싼 송파구는 전체거래 847건 중 629건(74.26%)이 증여로 나타나기도 했다.
권 팀장은 "집주인들은 양도세 중과 등에 대한 우려를 참고 기다렸더니 오히려 집값이 오르며 전화위복이 됐다"며 "집주인들이 더 기다려 보자는 심리를 가지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규제에 대한 효과로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규제 완화를 통해 매물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