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풀어 재건축 활성화 한다더니”…진도 안나가는 사업에 주민 불만 '솔솔'

2021-08-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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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단지 "공약 따라 재건축 진행될 줄 알았는데 실망감"

전문가들 "단기적으로 오르더라도 재건축 규제 완화 해야 안정될 것"

 2021아주경제 부동산정책포럼에서 축사를 진행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아주경제DB]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4개월이 지난 가운데 천장을 뚫어버린 서울 집값으로 인해 재건축 규제완화 대책이 지지부진하다. 후보 시절 빠른 주택공급 등 공약으로 재건축을 활성화를 시킬 것이란 기대를 모았지만 이렇다 할 결과가 나오지 않으며 재건축 단지의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오 시장 취임으로 재건축 기대감이 높아진 재건축 지역주민들 실망감은 커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소재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28개 재건축 조합과 추진위원회, 준비위원회 등 단체들은 최근 '강남구 정비사업 연합회'를 발족했다. 강남구 정비사업 연합회는 재건축 사업이 진척 없이 가로막혀 있는 상황에서 의견전달을 위해 만들어졌다.

강남구 정비사업 연합회의 관계자는 "서울시 집값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오 시장이 추가 집값 상승 우려를 가지고 있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서울시 권한으로도 가능한 지구단위계획 고시조차 안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취임이 4개월 넘었는데 실무자 회의 정도 진행한 것 말고는 진행된 사항이 없다"며 "앞서 공약에 따라 재건축이 빨리 진행될 줄 알았는데 진도가 나가지 않아 초조하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재개발 관련해서는 대책을 내놨지만 재건축과 관련된 대책은 거의 내놓지 않았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5월 주거정비지수제 폐지 등 내용을 담은 '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6대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방안을 발표하면서 오 시장은 재건축 시장은 일부 단지에서 시장 교란행위가 감지되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집값 자극이 덜하고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는 재개발 사업에 대한 규제 완화책을 우선 가동한다고 밝혔다. 이어 추후 발표할 재건축 정상화 방안을 통해 연평균 2만2000가구, 총 11만가구를 공급해 재개발‧재건축 정상화로 2025년까지 총 24만 가구 주택공급을 추진한다고 덧붙였다.

이후 오 시장이 내놓은 재건축 활성화 방안은 소규모 재건축 활성화 정도다. 소규모 재건축을 추진하면 7층 높이 규제를 받는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공공기여 없이 용도 상향이 가능하도록 했다. 

앞서 서울시 관계자는 "7층 높이 제한을 받는 2종 일반주거지역에 입지한 660개단지 중 약 150개(23%)단지가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 상향이 가능할 것"이라며 "소규모 재건축을 진행한다면 공급 가구 수는 1.4배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다만 업계는 규모가 소규모 재건축은 집값 자극 우려가 적다고 보면서도 공급 한계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재건축 단지 집값 오를라"…대책에 신중한 오 시장

후보 시절 '일주일 안에 규제를 풀겠다'는 등 신속함을 강조했던 오 시장은 취임 후엔 재건축 관련 대책을 신중하게 펼치고 있다. 서울 집값이 끝도 없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안정화를 먼저 진행한 후 재건축 사업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오 시장이 취임한 이후 서울 집값은 꾸준히 상승 중이다. KB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초부터 7월 말까지, 약 4개월 사이 서울 아파트 가격은 4% 올랐다. 오히려 정비사업이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대형 재건축 단지 중심으로 집값이 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현재 집값 상승에 대한 책임을 오 시장에게 전가할 수는 없으며, 오히려 단기적으로 집값이 오르더라도 공급을 위해 재건축·재개발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오 시장 취임 후 재건축 등 활성화 기대감으로 집값이 오른 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다른 후보자가 당선됐더라도 마찬가지로 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 시장은 조합원 자격 강화 등 방안으로 규제책도 내놓은 등 투기세력을 잡으려는 노력을 했다"며 "재건축 등으로 공급을 하면 단기적으로 가격이 오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집값이 안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 회장)도 "재건축 규제 완화 시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 때문에 공급 대책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보인다"며 "부작용을 막기 위한 순차적인 재건축 활성화를 통해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멸실되는 주택, 가구 분화, 소득 수준 향상 등에 따라 주택이 많이 필요하다"며 "1년에 3만~4만가구 정도는 꾸준히 공급돼야 시장이 안정화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운신 폭 좁은 오 시장…신중해야 한다는 서울시의회

또한 오 시장이 재건축 대책에 소극적인 이유로 주변 운신의 폭이 좁다는 점이 꼽히기도 한다. 서울시와 정부·시의회 측과 정치적인 입장이 다르다는 것이다. 또한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책을 내놓기에는 부담이 따른다는 지적도 있다.

서진형 교수는 "공급대책 중 서울시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것 외에 국토부·시의회 등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아무래도 (오 시장은) 야당이라 협의가 힘들 수 있다"고 전했다.

강남지역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 재건축 등 대책을 내놨다가 집값이 오르는 상황은 오 시장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오 시장의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활성화 움직임으로 인해 집값이 올랐다는 지적이 서울시의회 측에서 나오기도 했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서울시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관련해 "오 시장이 주택공급을 위해 규제 완화를 공약했는데 이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근래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이런 이유로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을 빨리 서둘러야 하는 일인지 좀 고민에 빠져 있다.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오 시장의 재개발·재건축 관련 사업들도 시의회 예산 심의를 받아야 한다"며 "주택 공급은 단시간에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 김현아 SH 사장 후보가 낙마하며 SH 사장 자리의 공석이 길어지는 점도 오 시장의 정책 추진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SH는 시민 주거생활 안정과 복지향상에 기여하는 공기업으로 서울시 주요 주택·도시개발을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SH 사장 자리는 지난 4·7 보궐선거 직후부터 공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건축을 통한 공급은 '협치'에 달려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진형 교수는 "결국 협치가 중요하다"며 "서로간 협력이 있어야 사업이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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