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연초 대비 6% 가까이 오르면서 코로나19 4차 유행과 함께 국내 증시에 새로운 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다. 달러 강세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는 외국인 자금 유입이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요국 통화정책 차별화가 이어질 경우 달러화 강세 현상도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5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 5.73% 상승했다. 지난해 말 1086.30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14일 1148.50달러까지 올랐다.
올해 3월 초 달러당 1140원대까지 오른 뒤 등락을 거듭하며 1105원선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초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1일 1105.90원에서 같은 달 30일 1126.10원으로 1.83% 오른 데 이어 이달 들어 다시 1140원대로 뛰어올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경기 개선 지연 우려 등이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 중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외적으로는 6월 말~7월 초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로 '리스크 오프' 분위기가 확산했고 이에 스위스 프랑화와 일본 엔화는 강세를 보였지만 미국 장기금리는 하락했다"며 "예상치를 웃돈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른 통화정책 정상화 우려도 원화 약세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내적으로는 일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000명대로 급증한 상황이 크게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원화 약세 압력 확대 가능성도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기 불안과 함께 증시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환율 등락에 따라 외국인 현·선물 매매가 일희일비하는 양상"이라며 "당분간 기로에 놓인 환율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 정점 통과 여부, 이로 인한 외국인 수급 변화 사이에서 증시가 등락을 거듭하는 시장 분위기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순매도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해 국내 증시에서 총 24조7262억원을 순매도했다. 올해 들어서도 21조6213억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지난 4월 827억원을 순매수했으나 4월을 제외하고는 매월 팔았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외환시장이 코로나19 확산에 민감하게 반응 중이라는 점에서 환율이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력이 크다"며 "원·달러 환율 오버슈팅 가능성은 '사회적 거리두기' 최종 단계가 이제 시작됐다는 점 등을 염두에 둬야 하는데 오버슈팅은 외국인의 기계적 국내 주식 순매도를 키울 수 있는 요소"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원화 가치가 안정되기 위해서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줄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경제 활동에 큰 타격을 주지 않고 적절히 통제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유럽중앙은행(ECB)이 예정대로 통화정책 차별화가 나타나지 않아 달러화가 9월 전후 약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원화의 경우 글로벌 달러화 강세, 위안화 강세 속도 조절, 국내 코로나19 확산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는데 최근 흐름은 글로벌 달러화 강세 위안화 강세 속도 조절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위안화와의 디커플링에 의한 것"이라며 "원화 가치가 안정되려면 코로나19 확진자 수 둔화 양상이 관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