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정부와 여당은 소득 하위 80%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을 지급하기로 하고 33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악화하면서 위로금 성격인 재난지원금(상생국민지원금)을 보편 지급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13일 오후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고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고 수석대변인은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소득 하위 80%까지 지급하는 안은 선별 기준이 대단히 모호하고 여러 가지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1인 가구에 청년층이 많은데 이들의 소득 기준이 굉장히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앞서 당정이 합의한 '소득 하위 80% 지급안'이 뒤집히면서 국회로 넘어온 2차 추경안이 대폭 손질될 것으로 보인다. 고 수석대변인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고 재원 마련 방안은 정부, 특히 야당과 협의해야 하는 문제"라고 했다.
다만 정부와 야당이 보편 지급에 반발하고 있어 향후 추경안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홍 부총리는 회의에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전날 여야 대표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합의한 것에 관해 입장을 묻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회의에서 "길은 정치가 내고 정부는 (정치가 낸 길을) 따라가는 것 아니냐"며 홍 부총리를 직격했다. 이에 홍 부총리는 "재정 운용은 정치적으로 결정되면 따라가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상위 20% 계층은 소득 감소가 없었고 부채도 감소한 만큼 하위 계층에 줄 돈을 줄여서 5분위(상위 20%) 계층에 줘야 한다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가 선별에서 보편으로 확대되면서 추경 증액 여부를 놓고 당정 갈등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2차 추경 증액은 어렵다며 일축한 상태다. 홍 부총리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동행 기자단 간담회에서 "방역 상황이 바뀌어서 국회에서 나오는 여러 의견을 같이 협의해봐야 한다"면서도 "추경 규모를 늘리려면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상황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추경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고 수석대변인은 2차 추경 증액 규모에 대해 "채무 상환이 이뤄지면 4조~4조5000억원, 채무 상환을 하지 않으면 2조~2조5000억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14~15일 전체회의를 열어 추경안 종합정책질의를 진행한다. 김부겸 국무총리와 홍 부총리 등 국무위원들이 참석한다. 오는 20~21일에는 추경안의 세부적인 증액·감액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