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대북전단, 물품 등의 살포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이른바 ‘대북전단 살포금지법(남북 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을 둘러싼 한·미 간 외교 갈등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가 대북전단금지법 해석지침을 마련하고, 외교부가 이를 토대로 공관 라인과 로비스트 등을 통해 정부의 법안 의도를 설명하는 등 국제사회 설득작업에 나섬에도 미국 의회의 청문회 개최가 현실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미국 의회 산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공동위원장이었던 크리스 스미스 미국 하원의원은 내달 말이나 3월 초 경에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청문회 내용을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북전단금지법은 오는 3월 3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스미스 의원은 앞서 정부의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문재인 정부와 국회 내 그의 동료들에 의해 한국민의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대한 무관용을 보여줬다”고 지적하며 관련 청문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새 의회 회기가 시작되면 각 위원회가 재구성해야 하므로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청문회가 이달 말이나 내달 초에 열릴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남북 접경지역에서 대북전단 등을 살포해 온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지난 27일 대북전단금지법 청문회 참석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박 대표의 법률대리인인 이헌 변호사는 전날 “박 대표가 미 의회 청문회 증인 참석 등의 용무로 어제(27일) 미국으로 출국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정부의 승인 없이 대북전단을 살포했다는 이유로 남북교류협력법, 공유수면관리법 및 기부금품법 위반, 업무상 횡령 등 4가지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바 있다. 그는 정부의 대북전단금지법이 표현의 자유와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며 지난해 12월 29일 해당 법이 공포되자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대북전단금지법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대북전단 살포 행위 등을 하면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살포행위에 대해 단순히 제3국을 거치는 전단 등의 이동도 포함된다고 명시했다.
이를 두고 중국 등 제3국에서 북한으로 전단 등 물품을 전달하는 것까지 규제할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자 통일부는 대북전단금지법의 적용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해석지침을 마련해 제3국에서의 살포행위가 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통일부는 지난 22일 ‘남북 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에 대한 해석지침 행정예고를 공지했다. 해석지침은 ‘살포’의 개념에 대해 “남한(군사분계선 이남)에서 북한(군사분계선 이북)으로의 배부나 이동을 말한다”면서 “제3국에서 전단 등을 살포하는 행위는 이 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계 북한 전문가인 정 박 전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가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로 발탁돼 ‘대북전단금지법’을 둘러싼 한·미 간 의견 충돌이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박 신임 부차관보는 브루킹스연구소를 떠나기 전 마지막 보고서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북자(북한이탈주민) 단체 억압과 대북전단금지법 등이 민주주의를 훼손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인권 및 탈북자 단체에 대한 접근 방식 전환을 주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