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에 빠진 중소기업계가 당장 내년에 시행되는 주52시간 근무제의 계도기간 연장을 요청했다. 산업 현장에서 중대한 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 등의 처벌 수위를 강화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서는 ‘처벌이 능사가 아니다’며 법 제정을 멈춰달라고 촉구했다.
16개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9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소기업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실제 강원 지역 한 석회석가공업체는 3교대로 근무하고 있지만,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인근 충북 제천까지 출퇴근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내년 52시간제가 적용되면 추가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사실상 공장가동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울산에 소재한 조선 관련 업체는 야외작업이 많아 기업 스스로 근로시간을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없다. 특히 도장 등의 작업은 인력이 많다고 작업시간이 줄어들지 않고, 습도 등의 환경에 따라 작업이 불가능할 때도 많다.
김 회장은 “야외작업이 많아 근로시간이 줄면 납기를 맞추기 힘든 조선·건설·기계설비 업종과 뿌리산업 등 불가피한 업종에 대해서만이라도 계도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가 진정될 때면 외국인 근로자가 들어오고, 구직활동이 활발해져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그때까지만이라도 주52시간제 계도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 중소기업계는 사업주에게 너무 가혹하다며 제정을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중대한 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 경영책임자, 기업을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사업주가 형사처벌을 면하려면 산업안전보건법상 1222개의 의무사항을 지켜야 해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업주는 없다며, 현장을 고려한 지도·예방 중심의 산재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회장은 “중소기업은 오너가 대표인 경우가 99%다.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를 해결하고 수습할 수 있는 대표가 구속되면 기업경영은 물론 사고수습도 잘 안 된다”며 “대표만큼은 처벌을 유예하는 등을 통해 사고수습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계는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을 위해 별도의 신용평가기준을 마련해 줄 것을 건의했다. 올해 매출을 기준으로 내년 신용평가를 하면 신용등급 하락으로 대출금리 인상과 한도 축소, 만기연장 불가 등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중소기업계는 내년도 신용평가 시 최근 3년 내 최고매출액을 기준으로 심사하거나 비정량적 평가 비중을 확대하는 등 별도의 신용평가 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회장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기업들은 매출이 급감하고 근로자들은 하나둘 일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이후 선제적 투자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앞장설 수 있도록 중소기업 현안의 시급한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