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위해 한화에너지, 한국동서발전과 ㈜두산이 공동으로 특수목적법인(SPC)인 대산그린에너지를 설립해 총 255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했다. 최대주주인 한화에너지는 발전소 운영을 맡았다. 동서발전은 수소연료전지발전소에서 생산한 신재생에너지인증서(Renewable Energy Certificate, REC)를 매입하며, 두산퓨얼셀은 연료전지 공급과 유지보수를 담당한다.
통상 수소를 추출하는 방법은 정유 및 제철 공장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수소를 활용하는 부생(副生) 수소 활용법, 액화천연가스(LNG)를 고온·고압의 수증기로 개질(reforming)하는 방법,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물의 전기분해 방식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특히 부생수소는 가장 경제적인 수소 제조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존의 LNG 개질방식은 주원료인 천연가스의 가격경쟁력이 낮고, 전기분해 방식은 추가적인 전력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경제성이 부족하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부생수소 연료전지는 석유화학공정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활용하기 때문에 경제적이며 개질과정이 필요없기 때문에 발전효율이 높다. 또 전기 생산지와 수요지가 가까워 별도 송전망 투자도 필요없다. 실제로 수소생산 방식별 생산단가를 보면, 2018년 기준 부생수소는 kg당 2000원 미만으로 가장 저렴하다. 천연가스 추출방식이 2700~5100원, 수전해 방식이 9000~1만원 수준인 것에 비해 가격이 4분의1 정도다.
2년 전만 해도 선진국에서는 부생수소를 연료로 한 발전은 1㎿ 정도 실증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 와중에 최대 출력 50㎿의 부생수소발전소 사업에 착수한다고 한 우리나라를 두고 유럽과 일본, 중국 등은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컸다. 기름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우리나라가 1970년대 초 울산, 여수, 대산 등에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준공했을 때도 이런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의 수소산업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수소산업의 밸류체인 중 수소활용 분야에서 △수소연료전지 발전량 △수소차 판매 △수소충전소 신규 구축 등 3개 부문에서는 지난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전 세계 발전용 수소연료전지 보급량은 40%를 차지하고 있다. 연료전지에 들어가는 소재 부품 장비의 국산화율도 무려 98%에 달한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정부는 ‘수소경제 선도국가’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해 1월 ‘수소 경제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고, 지난달에는 수소경제 컨트롤 타워인 ‘수소경제위원회’도 조기 출범시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한국판 뉴딜 국민 보고대회를 통해 그린 뉴딜을 강조하며 탈원전-신재생에너지-수소에너지 등 에너지 대전환 의지도 분명히 했다.
수소산업계는 부생수소발전소의 준공을 기점으로 수소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돼 있다. 부생수소가 수소경제의 포문을 여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인들의 경우 아직 수소전기차 외에 수소경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터라 이번 부생수소발전소가 ‘수소경제 전도사’로 여겨질 것이다. 발전소 인근 16만 가구는 송전선로도 없이 부생수소를 통해 생산된 전력을 활용하게 된다. 국민들로선 수소경제가 성큼 다가온 느낌이 들 것이다. 이를 통해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전기료 상승 논란도 어느 정도 잠재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언제나 새로운 것을 편하게 쓰려면 낯설고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어렵다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해서 친환경 청정 에너지 국가를 향한 걸음을 멈출 순 없다.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이동을 멈추면서 푸르디 푸른 지구별 위성사진을 우리는 이미 확인했다. 지구상에 유일하게 무한한 에너지원은 수소뿐이다. 이 새로운 에너지가 지구별을 다시금 오래도록 푸른 별로 만들 것이다. 그에 드는 수고와 시간이 우리가 후대에 물려줄 가장 가치 있는 유산임을 잊지 말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