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 문제는 행정수도 이전을 넘어 개헌 논란까지 번지며 정국을 블랙홀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이 헌법 개정 사항이기 때문이다.
행정수도 이전은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현재의 여권의 위기 국면 전환용을 넘어서 2년 앞으로 다가온 차기 대선에 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당초 균형발전의 취지는 수도권 지역에 편중돼 있는 경제성장의 과실을 지방들도 함께 누려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화에 대비한 광역경제권 구축, 지역의 개성을 살린 특성화된 발전, 지방분권 자율을 통한 지역주도의 발전, 지역 간 협력과 상생을 통한 동반발전 등의 목적도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꺼낸 행정수도 이전 카드가 대표적인 예다.
야권에서는 여권이 부동산 정책 실패와 소속 광역단체장의 성추문 등 악재를 피하기 위해 내놓은 ‘꼼수’라고 반반했다. 야권이 목소리를 내면서 정치권 최대 이슈도 급부상했다.
민주당은 김두관 의원이 청와대·국회·대법원·헌법재판소를 모두 세종시로 이전하는 행정수도특별법을 재발의 하는 등 관련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어 27일 당 내 ‘행정수도완성추진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고 연말 정기국회까지 △여야 합의 입법 △국민투표 △개헌 세 가지 중 방법을 결정하기로 했다. 여야 합의를 통한 특별법 제정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되, 합의에 실패할 경우 국민투표 또는 개헌으로 밀어붙인다는 계획이다.
TF는 4선의 우원식 의원을 단장으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인 조응천 의원을 비롯해 의원 17명으로 꾸려졌다.
관련 이슈를 주도하고 있는 김 원내대표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민주당은 2020년을 행정수도 완성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와 청와대, 서울에 남아있는 정부 부처 등을 세종으로 이전하는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2022년) 대선까지 시간을 끌지 않고 그 전에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안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른바 ‘천박한 서울시’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지난 24일 이 대표는 세종시청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행정수도 이전을 언급, “서울 한강을 배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무슨 아파트는 한 평에 얼마’라는 설명을 쭉 해야 한다. 갔다가 올 적에도 아파트 설명밖에 없다”면서 “우리는 한강 변에 아파트만 들어서가지고 단가 얼마 얼마라고 하는데, 이런 천박한 도시를 만들면 안 된다”고 했다.
미래통합당 지도부는 민주당에서 제안한 국회 차원의 ‘행정수도이전특별위원회’에 불참하기로 선을 그었지만, 충청지역 의원들은 표심 때문에 딜레마에 빠진 상태다.
대의명분에서도 국가 균형발전이란 프레임을 대놓고 반대하기도 난처한 상황이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에서 최근에 왜 이렇게 급작스런 수도 이전 논의에 불을 붙이는지 모르겠는데, 수도 이전에 대한 굳건한 생각을 갖는다면 내년 4월 7일에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수도 이전을 민주당 공약으로 내걸고 서울시민의 의사부터 확인하라”고 밝혔다.
반면 통합당 대전시당은 지난 26일 “진정성을 바탕으로 행정수도 이전 논의를 공론화하는 것은 대한민국 백년지대계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장우 통합당 대전시당위원장은 성명서에서 “행정수도 이전은 국토균형발전, 지방분권, 수도권 과밀화 해소를 위해 필요한 정책”이라며 “충청권의 다양한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당도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해법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되면서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김해영 최고위원과 당권도전에 김부겸 전 의원은 행정수도 이전 방법으로 국민투표를 제안했다. 행정수도 이전 법률을 제정하면 헌법재판소 판단을 다시 받아야 하고, 헌법 개정은 다른 쟁점들 때문에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비슷한 취지로 행정수도 이전 방법으로 국민투표를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국민투표의 경우 대통령이 주체가 돼야 한다는 점 때문에 국민투표보다는 여야 합의를 통한 특별법 제정이나 헌법 개정에 힘을 싣고 있는 상황이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칠 경우, 정권에 대한 찬반투표 프레임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리스크도 배제할 수 없다.
김사열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정치권의 이 같은 움직임에 “노무현 대통령 평생 강조했던 국가 균형발전의 철학을 되새겨봐야 한다”면서 “새로운 전기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 중심의 국가 균형발전 정책’을 디자인하는 역할이 필요하고 지역 간 교육·의료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