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마다 '人災' 발생 이유 있었다...국가안전대진단, '보여주기식' 점검 여전

2020-07-23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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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22일 '국가안전대진단 사업 추진실태' 감사보고서 공개

감사원. [사진=연합뉴스]



국가적 재난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범정부 차원에서 실시된 '국가안전대진단'이 엉터리였던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시간과 예산·인력 등 점검 자원이 제한적인데도 광범위한 대상을 '보여주기식'으로 점검하는 등 사업 실효성이 여전히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 190명(사망 39명, 부상 151명)의 사상자를 낸 경남 밀양 세종병원의 경우 2017년 국가안전대진단 당시 아무런 지적도 받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 결과 공무원 1명이 하루 동안 아파트 64개동 4308세대를 점검하는 사례도 있었다.
 
◆'보여주기식' 점검 지적 계속...사고 예방 효과 '미흡'

감사원은 23일 '국가안전대진단 사업 추진실태' 감사 보고서를 공개하고 이같이 지적했다.

국가안전대진단은 지난 2015년부터 매년 2~4월 중앙행정기관·지자체·민간전문가 등이 함께 국민생활과 밀접한 공공주택과 학교, 식품·위생관련 업소 등과 주요 사회기반시설인 도로, 철도, 에너지관련 시설 등에 대해 전국 단위로 시행하는 일제 점검이다.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안전위험요소를 제거하거나 최소화하려는 사전 예방 성격의 활동 사업인 셈이다.

대진단은 시간·예산·인력 등 점검 자원이 제한적인데도 광범위한 대상을 '보여주기식'으로 점검한다는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됐고, 이에 감사원은 지난 2015~2019년 5년간의 사업 성과와 한계를 평가했다.

그런데 점검결과 지적사항이 1건이라도 있던 시설 비율(지적률)이 국가안전대진단은 약 9.5%로 화재안전특별조사(약 56.4%)보다 낮았다.

국가안전대진단의 경우 화재발생 시설의 지적률이 평균보다 1.46배 더 높았지만, 전기안전분야 법정점검(3.00배)이나 화재안전특별조사(1.77배)보다는 낮은 수준이었다.

안전점검 후 1년 이내 화재가 발생한 시설 비율을 비교해 보면 화재안전특별조사가 0.28%인 반면, 국가안전대진단은 0.95%로 사고 예방 효과도 상대적으로 미흡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국가안전대진단에서 지적사항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던 시설에서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한 사례도 종종 발생했다.

일례로 경남 밀양세종병원은 지난 2017년 3월 16일 국가안전대진단에서 아무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으나 2018년 1월 26일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 상태였으며 이 화재로 39명이 사망하고 151명이 부상했다.

 
◆추진 체계 미비로 적정 예산·인력 투입 못해

이번 감사 결과 국가안전대진단은 최근 법적 추진 근거는 마련했지만, 세부점검 항목·기준 등은 여전히 마련하지 못한 상태여서 점검자의 책임과 시설물 관리주체의 의무를 법적으로 부여할 수 없는 실정이었다.

결국 추진 체계 미비로 적정 예산·인력 등이 투입될 수 없는 구조였다.

사업예산 전체를 확보한 화재안전특별조사와 달리 국가안전대진단은 전체 사업비의 45%만 확보해 부족한 사업비를 지자체 등 점검기관의 자체 예산으로 충당해야 했다. 지난해 국가안전대진단 사업예산은 약 49억원으로, 점검 개소당 투입 예산이 화재안전특별조사의 8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비전문가가 잘못 점검하거나, 점검 담당 공무원 1명이 아파트 관리소 직원과 함께 하루에 64개 동 4308세대의 아파트를 점검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지난해 대진단의 석면 관련 지적사항 136건 중 126건(92.7%)이 잘못된 지적사항이었다.
◆점검 안 하고도 "완료했다" 허위 보고...위험 시설물 방치도

지자체 등 점검기관은 국가안전대진단을 위해 별도의 인력을 운용하지 않아 점검기관 직원이 기존 업무와 대진단 업무를 병행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점검이 형식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감사원은 판단했다.

실제로 서울특별시 성동구청은 지난해 국가안전대진단에서 1개 팀(4명)이 아파트 총 526개 동을 점검하면서 이 중 302개 동을 가장 하위 직급(9급) 1명에게 배당했다. 결국 해당 직원은 21일간 302개 동의 아파트를 혼자 점검해야 했는데, 이 중 67개 동은 실제 현장에 나가 점검하지 않고도 점검한 것처럼 허위 보고한 사실이 파악됐다.

점검 후 위험이 발견된 시설물을 조치하지 않고 방치한 사례도 있었다.

2017~2018년 국가안전대진단 과정에서 정밀안전진단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받은 시설물 676개소 중 25.4%에 달하는 72개소는 지난해 12월까지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지 않고 있었다.

또한 지난해 국가안전대진단에서 석면조사를 실시하도록 지적받은 시설물 10개소 중 5개소(50%)는 올해 1월까지 석면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이에 감사원은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각종 사고·재난 발생이 우려되는 시설을 중심으로 점검대상을 체계적으로 선정해 제한된 인력·예산 등 자원을 투입하고, 시설 유형별 점검 기준·방법을 명확히 정해 점검 품질을 관리하는 등 추진 체계 전반을 개선하라고 통보했다.

더불어 지적 사항 중 조치가 완료되지 않은 시설물을 파악해 조속히 조치가 이뤄지도록 지도·감독하는 등 사후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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