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광둥(廣東)성 증권당국이 광파증권에 전달한 ‘행정시정명령서’ 내용이다. 중국 5위 증권사로 꼽히는 대형 증권사 광파증권의 주요 업무가 최소 6개월에서 최장 1년간 중단되는 셈이다. 지난해 불거진 캉메이(康美)제약의 회계부정에 광파증권이 연루됐기 때문이다.
중국 주요 상장 제약사 중 하나인 캉메이제약의 회계부정 사태는 지난해 세상에 알려졌다. 캉메이제약이 증권 당국에 제출한 자료에서 2016년~2018년 재무보고를 엉터리로 작성한 사실이 당국 조사 결과 밝혀지면서다. 보유현금이 무려 886억 위안(약 15조1600억원) 부풀려졌으며, 계약 서류를 위조하거나, 자사주 거래를 위해 제3자에게 회사 자금을 편법 이전한 사실도 속속 드러났다. 당시 기준 이례적인 회계부정 규모였다.
광파증권은 2014년부터 캉메이제약의 우선주 발행, 비공개 주식발행, 채무 업무 등을 담당해왔다. 이 과정 중 직무수행의 기본절차가 부족했고, 내부 규정에 따라 지속적인 관리 감독과 위탁매매 관리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점이 광파증권에 내린 처벌의 이유로 설명됐다.
캉메이제약, 캉더신복합재료그룹, 루이싱커피 등 대형 기업들의 회계부정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당국이 칼을 뽑은 것이다.
이에 따라 광파증권은 캉메이제약 사태의 직접책임자인 14명의 임원에 채권인수 자격 박탈 등의 처벌을 내리고 “이번 사태에 대해 진지하게 반성한다”며 “당국의 시정명령 등 행정처분을 성실하게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가 광파증권에 미치는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경제 매체 제몐(界面)은 “30년간 쌓아 올린 광파증권의 ‘평온한 발전’은 캉메이제약으로 인해 한번에 무너졌다”고 표현하기도했다.
광파증권은 연간 순이익이 70억 위안에 달해 중국 증권사 순익 상위 5위에 해당하는 대형 증권사다. 1991년 선전증권거래소가 문을 연 후 광파은행이 증권업무부서를 신설했는데 이 곳이 바로 광파증권의 전신이다.
1994년 광파은행의 증권업무부가 광파증권으로 독립 개편됐고, 이후 중국 금융업 분업 관리 감독 요구에 따라 1999년 광파증권과 광파은행이 완전히 분리됐다.
사실 중국에서 증권사는 엄격한 규제와 관리 감독, 치열한 경쟁 등으로 살아남기가 어렵다. 이 속에서도 광파증권은 꾸준한 성장을 이뤘고 2010년에는 선전거래소에, 2015년에는 홍콩거래소에 상장을 마치며 광둥지역 최대 증권사로 자리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