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코로나19 지원 조치 연장에 '진땀'

2020-07-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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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등 대출만기ㆍ이자상환 유예 추가 연장

금융당국 조치에 업계 필요성 공감하지만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 크게 늘어날까 우려

은성수 금융위원장.[사진=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이 소상공인·중소기업의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추가 연장키로 하면서 은행들의 고민도 깊이지고 있다. 은행들도 추가 연장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데 동의하나, 재연장에 따른 금융당국의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너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과 은행들 사이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추가 연장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및 시중은행 부행장급 임원들이 간담회를 열고 해당 사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이는 코로나19가 예상외로 장기화되면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한시적 지원 조치도 연장될 필요가 있다는 시각에 따른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제9차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도입된 한시적 지원조치의 연장 여부와 정상화 방안을 선제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말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 9월이 됐다고 갑자기 손 털고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회사들은 지난 4월 1일부터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현재 시중은행에서 39조원(13만2000건), 2금융권에서 8000억원(2만2000건)의 만기 연장이 이뤄진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정부는 이들 조치를 9월 말까지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적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시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10월부터 다시 원금과 이자를 갚도록 한다면 '연체 대란'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대체로 만기 추가 연장 조치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위축이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연체 대란이 발생하면 은행도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과 은행이 의견을 같이하면서 추가 연장 조치는 올 연말 혹은 내년 3월까지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부 은행에서는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너무 늘어날 것 같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금감원은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시중은행에 2분기 대손충당금 적립을 늘리라고 요구했다. 코로나19 관련 대출이 늘어나 리스크가 확대된 만큼 그에 따른 충당금 적립이 필요하다는 시각에서다. 그러나 시중은행은 늘어난 대출에 따른 원금과 이자도 못 받는 상황에서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까지 겹쳐 부담이 과중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금융당국은 금융사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은행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등 재무건전성 관련 규제를 일시적으로 완화해주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이에 추가적으로 대손충당금 적립 규제도 일시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라 리스크 높은 소상공인·중소기업에 대출을 늘리라고 주문하면서 뒤로는 리스크 높은 대출을 했으니까 충당금을 많이 쌓으라고 하는 것은 모순적"이라며 "충당금에 대한 부담이라도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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