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꼰대', '라떼(나 때)'라는 말에 움찔하는 경우가 더러 생긴다. 동시에 '설마 나한테 하는 말은 아니겠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착각일지도 모르는, 인정하기 싫은 이 생각이 기업들에는 '강박'이 된 모양이다.
IT기업의 어른들이 앞다퉈 2030세대와 소통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주된 소통 주제는 '기업 문화'와 '서비스'다. 이를 위해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조직을 따로 만들기도 한다.
좋은 취지다. 소통에 대한 윗세대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리라. 하지만 별도 조직이 없으면 소통할 수 없는 걸까. 그럼 지금까지 서로 다른 연령·세대의 직원들이 어떻게 교류했을까. 여러해 전부터 만나는 자리를 가졌거나 조직을 운영해왔다면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이렇듯 수많은 물음에 비추어 별도 조직은 '대외적으로 보여주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대가 달라져도 불만의 원인은 비슷하다. 결국 "말이 안 통한다"는 것이다. 대개 반짝이는 아이디어도 연륜이란 권력 앞에서는 무력해지기 일쑤다. 최악의 경우 공을 빼앗기기도 한다. 변화를 꿈꿔도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반대로 신입사원, 젊은 직원이라고 해서 모두 유행에 민감하지도, 그들의 말이 전적으로 옳지도 않다. 베스트셀러인 '90년생이 온다'의 90년생은 올해 만 30세가 됐다. 아득히 멀게만 느껴졌던 그들도 나이를 먹고 있다.
스마트폰에 설치돼 있는 (제조·통신사별) 기본 앱을 삭제할 수 있게 해달라고 수많은 고객이 오래 전부터 건의했지만 여전히 완전하지는 않다. 사람은 그대로인데 과연 별도 조직을 만든다고 안 통하던 말이 통할지 의문이다.
비단 IT기업만의 문제가 아닐텐데 '최신', '젊음'이라는 수식어가 달리는 IT업계도 이 모양이다. 중요한 건 '조직'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진정'이다. 세상에 별별 왕이 다 있다. 바둑왕·요리왕·유희왕·초밥왕에 이어 이 구역의 '소통왕'은 누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