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17개국서 코로나19 역유입…"입국 대기 10시간 이상"

2020-03-2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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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최다, 아프리카外 전대륙 위험

베이징 진입 전 검역에 부담 가중

양회·개학 염두, 재확산 방지 사활

코로나19 역외 유입 누적 확진자가 500명을 넘어선 만큼 경계심을 높이고 엄격한 방역 조치를 사수하자는 내용의 온라인 게시물. [사진=신화통신]

베이징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역외 유입의 당사국이 17개국으로 늘어났다.

베이징행 국제 항공편을 중국 내 12개 도시에 우선 착륙시켜 검역을 실시하고 있지만 대기 시간만 평균 10시간 이상 소요되는 등 현장의 혼란과 불편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26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67명으로 모두 역외 유입 사례였다.

역외 유입 누적 확진자는 541명으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 수도 베이징의 누적 확진자는 149명으로 전체의 27.5% 수준이다.

코로나19를 역유입시킨 국가는 17개국에 달한다. 영국에서 유입된 확진자가 51명으로 가장 많고 스페인(44명), 이탈리아(18명), 미국(11명) 등의 순이다.

유럽과 북미에서 입국한 사례가 대부분이지만 이란·태국·브라질·파키스탄·멕시코에서 들어온 경우도 있다. 한국에서 유입된 사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사실상 아프리카를 제외한 전 대륙에 걸쳐 역유입이 발생하면서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베이징은 코로나19 심각 국가·지역을 기존 15곳에서 25곳으로 확대 지정했다. 일본과 호주, 싱가포르, 홍콩 등이 새로 포함됐다.

방역 당국은 지난 23일부터 베이징으로 향하는 모든 국제 항공편을 톈진·칭다오·시안·난징 등 12개 도시에 우선 착륙시켜 검역을 실시하고 있다.

승객과 승무원 전원을 대상으로 핵산 검사를 한 뒤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없는 승객만 베이징 진입을 허용하고 있는데 검역 인력과 시설, 자원이 턱없이 부족해 대기 시간만 10시간 이상이다.

국무원 산하 주간지인 중국신문주간은 이날 "여러 항공사에 문의한 결과 1차 착륙지에서 머무는 시간만 평균 10시간이 넘는다"며 "지난 23일 아부다비에서 베이징으로 향하던 항공편은 시안에서 25시간 동안 대기해 최장 기록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까다로운 검역 기준 탓에 실제 베이징 진입이 허용되는 승객 수도 많지 않다.

지난 20일 도쿄발 에어차이나 CA926편은 네이멍구자치구의 후허하오터에 12시간 동안 머문 뒤 19명의 승객만 태운 채 베이징으로 향했다.

22일 파리를 출발한 CA934편의 경우 톈진에서 실시한 검사 결과 229명의 탑승객 중 171명(승무원 10명 포함)이 격리되고 나머지만 베이징으로 들어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국자가 직접 중국인의 귀국이나 외국인의 입국 자제를 요청하는 경우가 잦다.

광저우 질병통제센터의 장저우빈(張周斌) 부주임은 지난 2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귀국 도중 감염의 위험이 높아진다"며 "해외에 거주지와 생활 물자가 있다면 이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꼭 귀국해야 한다면 비행 중 먹지도, 마시지도, 대화를 나누지도 말고 안정을 유지하라"고 언급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중국이 베이징 내 코로나19 재확산 방지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최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달 초 개막 예정이었던 양회가 한 차례 연기된 뒤 이르면 4월 중순, 늦어도 4월 말이나 5월 초에는 다시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각급 학교의 개학도 문제다. 개학을 앞두고 코로나19 역유입에 따른 2차 감염이 발생할 경우 상황이 더 꼬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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