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주총 앞두고 진용 재편성···이사회 전문성 강화로 '표심잡기'

2020-03-04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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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이사에 하은용 부사장···3인 체제 구축

'3자 주주연합' 겨냥 사외이사진 5명 추가

"전문성과 독립성 뛰어난 후보자 추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대한항공 제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측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포함한 '3자 주주연합(KCGI·반도건설)'에 대응하기 위한 진용을 새롭게 꾸렸다.

조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동시에 사외이사로 금융과 법 전문가를 대거 추천했다. 3자 주주연합이 재무구조 개선 등을 이유로 경영권 공격에 나서고 있는 만큼 지배구조, 재무구조, 준법경영 분야의 전문가들을 배치해 주주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그룹의 운명이 걸린 주주총회는 오는 27일 열린다.

◆조원태·석태수·하은용 사내이사 3인체제 구축 

4일 재계 등에 따르면 한진칼은 이날 오전 8시 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에서 이사회를 열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등 주총에 올릴 이사 후보 추천 안건을 의결했다. 이사회에는 조 회장과 석태수 한진칼 사장 등이 참석했다.

사내이사에는 조 회장을 재선임하기로 했고, 조 회장의 측근인 하은용 한진칼 부사장을 새롭게 추천하기로 했다. 이로써 한진칼 사내이사는 조 회장과 석 부회장, 하 부사장 등 3인체제로 구성될 전망이다. 하 부사장은 30년 넘게 한진그룹에서 근무한 그룹 내 '재무통'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대한항공 재무본부장을 맡아오다 작년 말 인사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로 승진했다. 특히 당시 전무B였던 그가 한 직급(전무A)을 건너뛰고 곧바로 부사장에 발탁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하 부사장은 델타항공과 견고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델타항공은 조 회장측의 백기사(우호세력)로 분류된다. 조 회장은 하 부사장에게 그룹 전반의 재무 업무를 총괄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은 최근 비수익 유휴자산 매각 본격화를 발표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시동을 건 바 있다.
 

4일 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에서 한진칼 이사회가 끝난 뒤 석태수 한진칼 사장이 차에 올라타고 있다. [사진=김지윤 기자] 

◆사외이사 비중 73%로 늘려···독립성 강화 
이와 함께 사외이사진 후보 5명을 새롭게 추천했다. 현재 한진칼 사외이사는 이석우 두레 변호사 등 4명인데, 이 변호사의 임기는 이달 24일 만료된다. 새롭게 추천된 5명이 주총에서 확정될 경우 한진칼 사외이사는 총 8명으로 늘어난다. 

김석동 법무법인 지평 고문, 박영석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임춘수 마이다스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 최윤희 전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이동명 법무법인 처음 대표 변호사 등 5명을 새롭게 추천했다. 

특히 최 후보는 다양성 제고를 통한 균형 있는 의사결정을 위해 한진칼 이사회 역사상 처음으로 포함된 여성 사외이사다. 

한진칼 이사회는 "그룹과 연관없는 독립적인 인사들로 사외이사 후보를 구성하고, 이사회의 사외이사 비중을 73%로 크게 늘려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했다"며 "특히 이사회 내 모든 위원회가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되고, 위원회가 신설·확대되는 것을 고려해 심도있는 안건 논의를 통해 위원회가 실질적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신규 후보로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3자 주주연합 역시 주주제안 방식으로 사내외 이사 7명을 추천한 상태여서 주총 표대결 여부에 따라 이사 선임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3자 주주연합은 사내이사에 김신배 전 SK 부회장과 배경태 전 삼성전자 중동총괄 부사장,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이사(기타 비상무이사) 등 3명을 사외이사에 4명을 추천했다. 3자 주주연합이 다수의 이사후보를 추천한 만큼 조 회장 측도 비슷한 규모로 이사 후보진을 꾸려 맞대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번 한진칼 주총 의결권 기준 지분율은 조 회장 진영이 총 33.45%를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본인 소유(6.52%)와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임원·재단 등 특수관계인(4.15%), 델타항공(10%), 카카오(1%) 등이다. 이에 비해 주주연합은 31.98%를 보유 중으로 양측의 지분율 격차는 1.47%포인트다. 현재는 조 회장측이 다소 유리한 상황이지만 양측은 분쟁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지분을 계속 늘리는 등 내년 주총까지 염두에 둔 행보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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