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초법적 권력 내려놓는 것이 검찰개혁의 본질···윤석열 앞장 서야"

2020-01-1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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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신뢰...하지만 수사권 남용이 검찰개혁 요구의 이유"

"검찰 선후배끼리 근무하던 시대, 밀실 의견교환... 이제 투명하게 공개돼야"

울산 산재병원은 대선공약, 지장없이 추진될 것

"우리 청와대, 검찰, 국정원, 국세청, 경찰 이런 모든 권력기관들은 끊임없이 개혁 요구를 받는다. 자칫 잘못하면 원래 가진 권한을 뛰어넘는 초법적인 권력이나 권한 지위를 누리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것을 내려놓으란 것, 그것이 권력기관 개혁요구의 본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어떤 사건에 대해 선택적으로 열심히 수사하고 어떤 사건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수사의 공정성에 오히려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요즘 일어나고 있는 많은 일들은 검찰 스스로가 성찰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리라고 믿는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이 앞장서 준다면 국민들로부터 훨씬 더 많은 신뢰를 받게 되리라고 믿는다"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검찰의 엄정한 수사에 대해서는 누구나 국민이 박수 갈채를 보이는 바"라면서도 "그런 과정에서 (검찰의) 수사권이 절제되지 못한다거나 피의사실 공표 등이 여론몰이를 한다거나 초법적 권한이 행사되고 있다고 국민들이 느끼기 때문에 검찰이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앞장서서 가장 많은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권마다 검찰이 권력에 대해 선택적으로 눈치를 보고 수사해왔고,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서 수사력을 집중한 부분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 대통령은 검찰의 수사와 검찰개혁이 맞물려 권력투쟁 양상으로 다뤄지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아시다시피 검찰개혁은 그 이전부터, 정부 출범 이후부터 꾸준히 진행해온 작업이고 청와대 수사는 오히려 그 이후에 끼어든 그런 과정에 불과하다. 두 가지를 결부시켜서 생각해주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직무 평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최근 검찰 고위급 간부 인사에 대해서는 이전 정권에서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이 검찰 선후배로 근무하는게 가능했던 시절 횡행한 밀실 의견 교환을 언급하며 검찰의 주장을 에둘러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수사권은 검찰에 있다. 그러나 인사권은 장관과 대통령에게 있다"며 "검찰의 수사권이 존중되어야 하듯이 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도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검사의 보직에 관한 인사 규정을 언급하며 "법무부 장관은 검찰 총장에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러면 총장은 여러 가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만약에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야말로 아까 제가 말씀드린 초법적 권한, 또는 권력을 누린 것이다. 아마도 과거에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이 검찰 선후배였던 시기에 그때는 서로 편하게 또는 밀실에서 그런 의견교환이 이뤄졌을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제는 달라진 세상인 만큼 내용은 공개되지 않더라도 총장의 인사개진, 법무부 장관의 제청 이런 절차는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 한건으로 저는 윤 총장을 평가하고 싶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울산 산재 공공병원 설립과 관련한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을 두고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데 대해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때 제가 이미 공약했던 것이고 2017년 대선 때 다시 한번 공약을 했으며 실제 지역 논의 등은 참여정부 또는 그 훨씬 이전부터 논의가 돼 왔던 부분"이라며 "사업의 추진에 있어 검찰의 수사와 무관하게 아무 지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 제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아마 검찰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뭔가 일이 있지 않았나 수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당연히 엄중하게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그와 관계없이 산재 모병원이라는 사업 추진은 변동 없이 계속될 것이라는 약속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싶다"며 "이제 검경수사권 조정법안까지 다 통과가 되었으니 조국 장관은 놓아주고 재판 결과에 맡겨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검찰개혁 조정법안의 통과에 이르기까지, 조국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서 또 법무부 장관으로서 했던 일은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분의 수사나 재판 과정을 통해서 밝혀질 일이지만 그 결과와 무관하게 이미 조국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어떤 고초, 그것만으로도 저는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는 심경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조국 장관의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 인해서 국민들 간의 많은 갈등과 분열이 생겨났고 갈등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참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제는 재판 결과에 맡기고 그 분을 지지하는 분이든 반대하는 분이든 그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끝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국민들께 드리고 싶다"고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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