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임원인사] 辛의 3가지 뜻 “투톱·조직개편·세대교체”

2019-12-1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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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9일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던진 화두는 ‘시장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변화에 휩쓸리지 않고 생존하려면, 단순히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시장의 틀을 바꾸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신 회장은 이를 위한 인사를 통해 △투톱 체제 △조직 개편 △세대 교체를 단행했다. 

신 회장은 롯데지주를 비롯해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케미칼, 호텔롯데 등 유통·식품·화학·서비스 부문 50여개 계열사의 2020년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각 계열사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확정했다.

 

롯데지주 공동 대표이사 황각규 부회장(왼쪽), 송용덕 부회장(오른쪽)[사진=롯데지주 제공]


◆‘투톱의 부활’ 황각규-송용덕, 롯데지주 공동대표 체제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신 회장에 이은 ‘투톱의 부활’이다. 과거 롯데지주의 전신 격인 정책본부에서 황각규 사장과 소진세 사장은 투톱 체제로 그룹을 이끌어왔다.

그러다 2018년 소 사장이 사회공헌위원장을 끝으로 용퇴하면서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금까지 독보적인 그룹 2인자로 군림해왔다.

그런데 이번 인사에서 호텔서비스BU장인 송용덕 부회장이 롯데지주로 자리를 옮겨, 황 부회장과 공동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본지가 전날 단독 보도한 대로, 황-송의 새로운 ‘투톱 체제’가 갖춰진 것이다.

황 부회장은 그룹의 미래 사업 및 글로벌 사업 전략과 재무, 커뮤니케이션 업무 등을 담당하며 롯데지주 이사회 의장 역할도 계속한다. 송 부회장은 인사, 노무, 경영개선 업무를 담당하며 그룹의 근본적인 역량 강화에 주력하게 된다.

롯데는 “그룹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갈 사령탑인 롯데지주는 주요 역량 집중,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두 명의 대표이사가 각각의 업무 권한을 갖는 체제로 조직을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송 부회장의 롯데지주 이동으로, 새로운 호텔·서비스BU장은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을 맡아온 이봉철 사장이 맡는다. 그간 그룹의 재무 업무를 총괄해온 이 사장은 신동빈 회장이 공언한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호텔롯데 상장’ 미션을 완수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강희태 롯데그룹 유통BU장(왼쪽)과 이봉철 호텔서비스BU장 [사진=롯데지주 제공]


◆롯데쇼핑·케미칼 조직개편...‘혁신 고삐’ 당긴다

롯데그룹의 주요 먹거리인 유통부문 수장에는 롯데백화점 강희태 대표이사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 임명됐다.

신임 유통BU장인 강희태 부회장은 롯데백화점에 입사해 본점장과 상품본부장을 거쳤고,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사업부문장으로 글로벌사업을 이끌었다. 2017년부터 롯데백화점 대표를 맡는 등 그간의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롯데 유통부문의 미래 성장 전략을 모색할 계획이다.

그룹의 주요 성장 축인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이 위기 돌파를 위해 전면적인 조직 개편도 이뤄졌다.

롯데쇼핑은 사업부간 시너지는 최대화하되 일관성 있는 투자와 사업전략 수립을 위해 기존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됐던 백화점, 마트, 슈퍼, e커머스, 롭스 사업부문을 롯데쇼핑 원 톱(One Top) 대표이사 체제의 통합법인으로 재편한다.

롯데쇼핑 통합법인은 쇼핑 내 전 사업부의 투자 및 전략, 인사를 아우른다. 재편된 롯데쇼핑 대표이사는 강희태 부회장이 겸임, 권한을 강화했다. 기존 각 계열사들은 사업부로 전환되고, 각 사업부장들은 실질적인 사업 운영을 담당한다. 이 과정에서 문영표 부사장이 롯데마트 사업부장으로 유임된 것 외에 4개 사업부 수장이 모두 교체됐다. 

신 회장은 이번 롯데쇼핑 조직 개편으로 “미래 성장 전략을 효과적으로 수립하고 의사결정 단계를 축소해 빠른 실행력을 확보, 급변하는 시장환경 속 혁신을 이루라”는 주문을 한 셈이다.

롯데케미칼은 2020년 1월 1일로 예정된 롯데첨단소재와의 합병을 통해 통합 케미칼 대표이사 아래 기초소재사업·첨단소재사업 등 양자 대표체제로 개편된다.

통합 케미칼 대표는 김교현 화학BU장이 겸임한다. 기초소재사업 대표는 임병연 롯데케미칼 대표가 유임됐고, 첨단소재사업 대표는 롯데첨단소재 이영준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보임됐다.

또 롯데칠성음료는 기존 음료와 주류 각자 대표 체계에서 이영구 대표 체제로 통합됐다. 이를 통해 음료와 주류의 유통, 생산, 판매 역량을 집중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이란 기대다.

◆170명 승진 임원 중 50대 기수론...‘세대 교체’ 가속화

롯데는 오랫동안 이어져온 ‘철저한 성과주의’에 입각한 평가를 하되, 50대 중반의 CEO를 대거 선임해 ‘세대 교체’를 이뤘다.

성과주의에 입각해 고속승진한 인물은 롯데홈쇼핑 대표이사 이완신 부사장이다. 이 사장은 2017년 롯데홈쇼핑 대표로 임명 당시에는 전무였다. 그러다 2018년 사업 재승인 허가를 통해 사업권을 수성하면서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올해 롯데홈쇼핑의 실적 개선까지 이끌어 사장으로 1년 만에 승진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주요 계열사 대표 직급이 기존 사장에서 전무로 낮아졌지만, 그만큼 조직은 한층 젊어지고 쇄신을 통한 체질 개선을 이루게 됐다.
 

황범석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장(전무)[사진=롯데지주 제공]



대표적인 경우가 황범석 롯데백화점 사업부장(전무)이다. 그동안 백화점 대표는 사장급이 맡았다는 점에서 파격 인사다. 1965년생인 황 전무는 롯데백화점으로 입사해  상품총괄, MD전략 등의 업무를 거쳐 여성패션부문장을 역임했다. 2015년 롯데홈쇼핑으로 이동해 패션부문장, 영업본부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상품본부장을 맡아 자체 브랜드 LBL을 성공시키는 등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조영제 롯데 e커머스 사업부장(전무)도 1966년생으로, 4차산업혁명 시대에 롯데 온라인 유통사업 활성화란 중책을 맡았다. 1966년생인 남창희 롯데마트 고객본부장(전무)도 롯데슈퍼사업부장에 임명됐다. 

롭스 사업부장에는 홍성호 롯데백화점 영남지역장(전무·62년생)을, 롯데멤버스 대표에는 전형식 롯데백화점 디지털전략본부장(상무·63년생)이 전무로 승진해 각각 내정됐다. 코리아세븐 대표에는 68년생 최경호 상무가 전무로 승진, 선임됐다.

롯데 관계자는 “이번 정기 임원인사는 그룹의 미래 성장 전략에 연계한 조직 개편과 젊은 인재로의 세대교체로 요약된다”면서 “이번 인사를 시작으로 2020년 대내외 산적한 위기상황을 정면으로 돌파하고 지속성장 가능한 미래를 준비해 나간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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