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9일자 '대북제재 일부 완화는 워싱턴에도 도움이 된다'는 제하의 사평에서 "중·러의 우호적 제의에 미국이 이렇게 조건반사적으로 대응해선 안된다"며 "최근 수년간 한반도 정세 변화를 진지하게 되돌아보고, 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을 취해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에 새로운 동력을 끊임없이 불어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평은 "(대선을 앞둔) 미국의 정치적 분위기를 감안할 때 백악관이 대북 제재 완화를 추진하는 데 능동적인 자세를 취하기 어려운 만큼 중·러가 나서서 제안한 것이라며 "미국은 여기에 최소한 적극적으로 응해야 하고, 지정학적 측면에서 중·러 선의를 곡해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또 "중·러는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미국을 난처하게 만들 전략적 의도가 없으며, 한반도의 지속적인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도록 하는 게 중국의 강력한 소망"이라고도 주장했다.
사평은 북·미협상 프로세스의 전략적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북한에 대한 요구치가 너무 높고, 북한이 '요구에 도달하지 못하면' 절대로 제재를 풀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에불만을 내비쳤다.
특히 사평은 미국은 제재를 '보물'처럼 너무 맹신한다며 제재가 능사는 아니라고 꼬집었다. 국제정치사를 아는 사람들은 제재가 항상 통하는 것은 아니며, 진정한 '당근'이 수반돼야 몽둥이가 비로소 위협적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사평은 전했다. 하지만 '당근'을 내놓아야 할 때도 몽둥이를 든다는 게 미국의 문제라고 사평은 지적했다.
사평은 "북한은 2년여 동안 핵실험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았고, 그 후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했다"며 "국제사회는 어떤 맥락에서든 대북 제재 완화 움직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비핵화 프로세스에 대한 평양의 자신감을 높이고, 북·미간 상호 신뢰를 증대시켜 북·미 협상에 동력을 유지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사평은 "대북 제재가 장기간 유지되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지렛대 역할을 잃게 된다"고도 우려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대북제재를 감당하지 못해 핵을 포기할 것이라 생각하는 건 아무것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실제로 북한은 제재에 맞서는 행동을 취할 것이며, 미국이 원하는 대로 제재 압박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또 사평은 "전반적으로 한반도 정세는 북한보다 제재에 훨씬 취약하다"며 "만약 북한이 '새로운 길'을 택하면 한반도 정세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이는 단순히 미국의 인내력만 시험하는 게 아니며, 한국이 어떻게 할지, 이것이 가장 현실적인 문제라고도 했다.
한편 일본, 한국 방문에 이어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9~20일 중국을 방문한다. 비건 대표는 방중 기간 뤄자오후이(羅照輝) 중국 외교부 부부장 등과 만난다. 이 자리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 완화 결의안을 제출하게 된 배경을 파악하는 한편, 북한의 도발을 막는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됐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비건 특별대표가 방중해 한반도 문제와 소통하는 걸 환영한다"며 "중국 유관 관료가 비건 특별대표와 만나 회동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