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간밤 달러·파운드 환율은 1.4% 곤두박질쳐 1.3141달러까지 미끄러졌다. 18일 오전 아시아 시장에서도 약세 흐름이 이어지면서 1.31달러 선이 무너졌다.
영국 국내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FTSE250지수도 17일 1% 이상 추락하면서 10월 이후 일일 최대 낙폭을 썼다.
지난주 조기총선에서 보수당 압승을 이끈 존슨 총리가 2020년 12월 31일까지인 브렉시트 전환기간을 더 이상 연장하지 못하도록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시장의 불안을 자극했다.
그러나 존슨 총리는 예정대로 내년 1월 31일 브렉시트를 단행한 뒤 연말에는 EU와 무역협상 진전 여부에 관계없이 완전히 결별하겠다는 방침이다. 협상 기간이 11개월로 촉박한 만큼 '노딜(no deal)'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만약 무역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양측 교역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적용받게 된다.
맬컴 바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전환기간이 노딜로 끝날 확률은 25%"라면서 "우리가 보기엔 불편할 정도로 높은 수치"라고 지적했다.
딘 터너 UBS자산운용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파운드 급락은 브렉시트가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면서 "영국과 EU 교역이 WTO 체제로 돌아갈 수 있다는 위험은 파운드 움직임에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환기간 연장 배제가 담긴 EU 탈퇴협정 법안(WAB)은 20일 영국 의회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새로 꾸린 의회에서 보수당이 과반을 차지한 만큼 법안 통과엔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존슨 총리가 EU에 조속한 합의를 압박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 전환기간을 연장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S&P는 이날 영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는 한편 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S&P는 "영국과 EU의 미래관계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지만, 영국은 궁극적으로 2020년 말 이후로 전환기간 연장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만약 연장에 실패할 경우 자동차, 농업, 소매 부문에서 관세가 부활하고 영국 서비스 산업이 장벽에 부딪히고 공급 체인이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U에선 전환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재정 담당 EU 집행위원은 존슨 총리가 제시한 시간표가 "너무 촉박하다"면서 "무역협상 기간이 매우 제한될 것이라는 점에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