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29일 선고···日 수출규제 등 악재 속 삼성 미래 흔들

2019-08-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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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사건 판결 따라 경영 공백 생길 수도

뇌물 성격·뇌물 액수·재산국외도피 등 핵심 쟁점

실적 '어닝쇼크'·반도체 가격 하락 등 위기감 고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의 대법원 선고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온 국민이 이번 판결을 주목하고 있지만 특히 재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으로 남아 있는 다른 판결과 관련해 힌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삼성전자 임직원들에게 이번 29일은 '운명의 날'이나 마찬가지다.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 실적 '어닝쇼크' 등 각종 악재 속에서 이 부회장이 그룹 총수로서 사업 현장을 진두지휘해 온 만큼 향후 판결이 그룹의 미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 선고 임박···핵심 쟁점 3가지

26일 법조계와 재계 등에 따르면 대법원은 오는 29일 이 부회장에 대한 상고심을 선고한다. 2017년 2월 기소된 지 2년 6개월 만이다.

이번 사건은 이 부회장이 '승계'를 위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준 것인지, 아니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해 수동적인 뇌물공여를 했는지가 핵심이다.

1심에서는 "삼성 측이 승계 작업을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묵시적 청탁을 한 점이 인정된다"며 승마 용역대금과 말 구입비, 영재센터 후원금 등 89억원을 모두 뇌물로 봤다.

하지만 2심은 "이 사건은 대한민국의 최고 정치권력자인 박 전 대통령이 삼성의 경영진을 겁박하고,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최씨가 그릇된 모성애로 사익을 추구한 것"이라고 설명하는 등 시각차를 보였다. 이에 따라 2심은 삼성이 최씨 소유인 코어스포츠에 건넨 용역비 36억원만을 뇌물로 인정했다.

이 부회장이 최씨의 딸인 정유라에게 제공한 승마지원금 가운데 말 3마리 구입비 34억원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이 부회장 재판에서 그 범위가 첨예하게 갈린 부분이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2심은 말 구입비를 뇌물에 포함시킨 반면, 이 부회장 2심 재판부는 말 소유권이 최씨에게 넘어간 것이 아니라며 구입비를 제외했다.

1심에서 유죄였던 재산국외도피 부분이 2심에서 무죄로 뒤집힌 것도 핵심 쟁점이다. 이 부회장이 허위로 지급신청서를 은행에 제출해 회삿돈 37억원을 코어스포츠 명의 독일 계좌에 송금했다는 혐의다. 재산국외도피는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 중 법정형이 가장 높다. 특경법상 재산국외도피죄의 경우 도피액이 50억원 넘으면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을 받는다.

이 부회장의 뇌물 액수가 늘어날 경우 1심 때처럼 구속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이 옳았다는 판결이 내려질 경우 집행유예가 확정된다.

◆ 경영 공백 우려 커져

자칫 1심과 동일한 결과가 나온다면 삼성은 당분간 '경영 공백'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삼성 내부에서는 경영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불투명한 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선고 바로 전날인 28일은 일본이 한국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배제를 본격 시행하는 날이라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ISOMIA·지소미아)을 종료하면서 양국 간의 관계 악화로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 확대 가능성이 더 커졌다.

반도체 산업의 '다운턴(하락국면)'이 예상보다 길어지며 급락한 실적도 문제다. 삼성전자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12조8304억원으로 작년 상반기(30조5112억원) 대비 57.9%나 줄었다. 올해 전체로는 영업이익 26조원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58조8900억원)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친다.

이에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출소한 뒤 사업 안팎을 분주하게 챙겼다. 지난해 3월 유럽을 시작으로 북미, 중국, 일본, 인도, 아랍에미리트(UAE) 등으로 출장을 떠났고, 일본의 수출규제가 본격화한 지난 7월에는 반도체 소재 확보를 위해 현지를 찾았다. 지난 6일에는 충남 온양·천안사업장을, 9일에는 경기 평택사업장을, 20일에는 광주사업장을 잇달아 방문해 사장단 회의를 열고 사업점검에 나섰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1심 재판부는 '묵시적 청탁'이란 말을 사용해 승계작업이 있었다는 프레임을 씌웠지만 우리나라는 증거재판주의이기 때문에 형법 원칙으로 돌아가 판단해야 한다"며 "수출이 급격하게 추락하는 등 경제상황 역시 엄중한 만큼 법리에 어긋나는 무리한 재구속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지난 20일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을 찾은 이재용 부회장(가운데)이 경영진과 에어컨 출하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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