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의 사례처럼 집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일제시대 보험증서를 찾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포털사이트나 금융감독원, 보험 관련 협회, 시민단체 등에 보험금 청구 여부를 문의하는 분들이 있는데요, 최근 반일 감정이 격화되면서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로 낸 보험료를 되돌려 받을 수 있냐는 문의가 더러 들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74년이나 지난 지금에도 문의가 계속되는 것은 당시 일제의 강제 가입 요구로 국민의 절반 가량이 보험에 가입했기 때문입니다.
일제시대 말기 1940년대 조선총독부 체신국, 제일생명, 삼정생명, 일본생명, 조선생명 등 일본의 5개 생명보험사가 우리나라 국민들을 대상으로 활발한 보험활동을 펼쳤고, 이로 인해 전인구의 절반인 1223만명이 보험에 가입했습니다. 보유계약은 60억원, 적립금은 5조8500만원에 달합니다. 현재의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수십조원에 달합니다.
1995년 피해자들이 일본 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6년간의 재판 끝에 패소했고, 우리나라 정부도 1965년 한일협정으로 보상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특히 일제강점기 시대에 가입한 보험의 92%가 조선간이생명보험인데, 이는 한일협정 당시 '청구권포기대상 8개항'에는 포함됐으나 1975년 '대일민간 청구권 보상금 신고대상'에서는 제외돼 형식적인 보상조차도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때인 2005년, 보험소비자연맹(현 금융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일제강점기 보험금을 되찾자는 움직임이 일었지만, 보상까지 이뤄지지는 않았습니다. 정부가 '대일민간청구권 보상에 관한 법률'을 제정, 일제강점기 시대에 보험에 가입한 사람을 대상으로 1975년 7월부터 1977년 6월까지 2년간 보상금을 청구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 것이 마지막입니다.
일부 보상을 받은 이들의 수도 미미한 수준입니다. 보험계약자 1223만명 중 4만3000명(0.35%)만 보상을 받았을 뿐입니다.
올해 2월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안양시 만안구)이 일제강점기 시대에 강제 가입 또는 구매한 보험, 채권 등을 보상받지 못한 재산청구권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일제강점하 민간청구권 실태조사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 통과 여부는 미지수입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노무현 정권 이후 십여년 이상이 흘렀지만 아직도 법안 발의만 할 뿐 심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