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일관계를 통해 본 우리 경제 현황과 해법 특별대담'에 참석해 "일본의 수출 규제가 대외 신인도 저하와 국내 경제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실물경제의 약화와 겹치면서 복합적인 위기로 이어져 그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윤 전 장관은 "당시에는 유동성 위기를 금융과 외환의 정상화로 극복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일본과의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수출규제를 철회시키는 노력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내적으로는 현 경제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최저임금과 근로시간의 일괄 단축, 정규직 전환 등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장기적으로 동북아 지역은 글로벌 분업 체제가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여건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중‧일 동북아 경제 공동체를 구상해 볼 것을 제안했다.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일본의 조처가 갑작스럽다는 여론이 있지만, 지난 4월 전경련에서 개최한 한일관계 진단 세미나에서도 자민당이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검토한다는 언급이 나올 만큼 오래 전부터 심각한 상황을 알리는 신호가 여러번 있었으나 (정부) 조처가 이뤄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양국 간 강대강 대치 상황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그는 "일부에서는 우리 정부 역시 수출제한을 비롯한 통상정책으로 맞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일본의 2차, 3차 보복의 근거로 이용될 수 있고,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과 일본여행 취소 역시 분쟁을 해결하기보다 악화시킬 것"이라고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