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매년 보험사의 ORSA 체계 도입 평가결과를 공개하고 이를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하는 등 제도의 조기 정착을 유도하겠다고 밝혔지만, 보험사는 당장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및 신지급여력제도(K-ICS) 준비가 우선인데다 ORSA 관련 가이드라인조차 없어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ORSA 체계 도입 15곳뿐···여전히 저조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 ORSA 운영실태 첫 평가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전체 53개 보험사 중 ORSA 체계를 도입한 곳은 15개사(28.3%)에 그쳤다. 보험사의 ORSA 체계 도입률은 2017년 12월 말 20.8%, 2018년 6월 말 26.4%, 2018년 12월 말 28.3% 수준에 머물러 있다.
ORSA 체계를 도입한 15개사 중에서도 10개사만 제도 운영 수준이 양호했고, 나머지 5개사는 보통이거나 미흡한 수준으로 평가돼 도입 회사 간에도 운영수준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ORSA는 지급여력제도(RBC)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보험사 스스로 회사의 특성에 맞는 리스크측정모형을 구축해 종합적인 리스크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금감원은 보험부채 시가평가를 골자로 한 IFRS17 도입에 대비해 ORSA를 도입할 것을 각 보험사에 권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보험사의 ORSA 체계 도입이 저조한 이유는 2022년 시행되는 IFRS17, K-ICS 준비에 역량을 집중한 탓에 ORSA 체계까지 서둘러 도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형 보험사의 경우 인프라, 인력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대형사보다 ORSA 도입이 늦어질 수 밖에 없다.
보험사의 자체 리스크측정모형 구축 등 준비기간을 고려해 필요시 이사회 승인절차를 거쳐 ORSA 제도 시행을 유예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아직까지는 유예회사가 많은 상황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점도 보험사들로서는 애로사항 중 하나다. 보험사는 ORSA 세부지침에 모호한 점이 많아 금감원의 가이드라인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ORSA는 각사별로 자율적으로 도입 시기를 정하도록 돼있지만, 당국의 권고사항인 만큼 지속적으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다만 2022년까지 IFRS와 K-ICS를 도입하는데 인력을 총동원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ORSA까지 한꺼번에 추진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내부모형 승인받기 어려워···IMF 평가서도 주요사항
보험사들이 ORSA 체계를 도입하려는 것은 금감원의 권고도 있지만, 내부모형 승인을 받기 위한 측면이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자체 지급여력 산출 및 평가 역량 등 ORSA 운영경험이 충분히 축적됐는지 여부를 금감원의 내부모형 승인 심사에 반영하기로 했다. 내부모형 승인을 받으면 건전성 규제로 현행 RBC제도와 함께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자본확충 부담이 대폭 줄어들고, 경영실태평가에서도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보험사가 내부모형 승인을 얻기 위해서는 ORSA를 최소 3년 동안 운영해야 한다. 2022년 IFRS17 도입에 앞서 내부모형 승인을 얻기 위해서는 적어도 올해부터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중요한 점은 ORSA 제도가 국제통화기금(IMF)의 금융부문평가(FSAP) 주요 평가항목 중 하나라는 점이다. 2013년 IMF는 우리나라 보험부문에 대한 FSAP 평가 당시 ORSA 실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라고 지적한 바 있다. IMF는 5년 만인 올해 한국을 대상으로 FSAP 평가를 다시 진행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ORSA 도입으로 자본건전성과 관련해 국제 수준에 맞는 규제체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는 인식을 줄 수는 있을 것"이라며 "보험사의 ORSA 체계 준비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며 평가결과와 우수사례를 공표하고 경영실태평가에서 가산점을 주는 등 계속해서 제도적인 지원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