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베트남 공식친선방문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김 위원장은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을 치르기 위해 지난 23일 전용열차를 타고 4500km에 달하는 베트남 여정을 감행했던 것처럼 북한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전용열차를 타고 이동한다.
이 일정에는 리수용, 김평해, 오수용 노동당 부위원장과 김여정, 김성남 노동당 제1부부장,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 수행간부들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찌민 전 주석은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이 두 차례(1958년, 1964년)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한 바 있다.
이날 현지 언론에 등장한 김 위원장의 표정은 다소 어두웠다. 특유의 포마드 헤어스타일이 아닌 앞머리가 일부 내려오는 등 정돈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김 위원장과 수행단은 먼저 베트남 전쟁영웅, 열사 기념비를 참배한 뒤 호찌민 묘소까지 약 4분가량 걸어서 이동했다. 김 위원장이 야외에서의 동선을 최소화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이동거리는 호찌민에 대한 최대한의 예우를 갖추기 위한 행동으로 분석된다.
묘소에 약 30분간 머문 김 위원장은 오전 10시께 베트남 중국 접경 지역인 란선성 동당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하노이를 출발했다.
전용차를 탄 그는 창문을 열고 행인들에게 손을 들어주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전용차를 통해 약 2시간30분 가량 이동, 오후 12시30분(한국시간 2시30분) 동당역에 도착해, 전용열차를 타고 중국 국경을 넘을 것으로 전해졌다.
동당역에는 베트남 공산당 고위 관계자 등이 나와 김 위원장을 환송했다. 현장에는 레드카펫과 인공기, 금성홍기 등을 든 사람들이 분위기를 띄웠다. 김 위원장을 태운 열차는 이날 낮 12시40분께(한국시간 2시40분) 출발했다.
김 위원장은 동당역에서 평양역까지 약 3800km를 다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약 66시간 소요될 예정이다. 다만 김 위원장이 평양으로 돌아가는 길에 베이징을 들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가능성도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27~28일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똑같은 길을 달려왔지만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와 대북제재 완화 조건에 합의하는데 실패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고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한편, 김 위원장은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끝낸 다음날인 지난 1일부터 베트남 공식 친선방문 일정을 수행했다.
그의 베트남 방문은 북한 최고지도자로서는 55년만이다. 베트남 측은 김 위원장의 방문 형식은 친선방문이지만 머무는 기간 내내 국빈 방문 수준의 예우를 보였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방문을 통해 북미협상과 대북제재 완화 등 기대했던 경제적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경색됐던 북-베 관계를 일정 부분 정상화하 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