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인천 문화유산 중장기 종합발전계획 용역 최종보고서에 대한 입장

2019-01-29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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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한 ‘인천 문화유산 중장기 종합발전계획’ 소통과 토론도 없이 완료하나?

답동성당



근대역사문화공간이, 최근 불거진 손혜원 국회의원의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에 대한 투기 논란 확산으로 오히려 주목을 받고 있다.

목포시가 문화재청에서 추진하는 국내 최초 면(공간)단위 문화재 등록 공모사업에 응모해 2018년 지정받은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은 유달·만호동 일대에 흩어져있는 근대건축자산의 가치를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향후 5년간 국비를 지원받아 근대문화재 보존과 활용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인천은 어떠한가? 최초의 비누공장인 애경사 건물의 파괴에 이어, 개항장 문화지구 내에 29층 오피스텔이 불법적으로 인허가 되는 등 문화재 행정의 난맥상을 연출하고 있다.

2017년 5월, 중구 송월동2가에 위치했던 국내 최초의 비누공장인 애경사 건물이 인천 중구청에 의해 파괴됐다.

중구의 근대 역사문화유산을 활용해 관광사업에 열을 올리던 중구청(당시 김홍섭 중구청장)이 산업유산인 애경사 건물을 송월동 동화마을 방문객들을 위한 주차장으로 만들기 위해 시민단체들의 보존 요구를 묵살한 채 철거하고 주차장을 건설했다.

근대건축유산 애경사의 파괴는 다양한 언론매체를 통해 널리 보도됐고, 중구청과 인천광역시는 여론의 호된 직책을 받았다. 급기야 인천광역시에서는 전성수 전 행정부시장은 문화재과장을 배석시킨 가운데 애경사 파괴를 반대했던 시민단체와 2017년 6월경 시청에서 간담회를 갖고, 근대 건축유산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인천의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기 위한 학술용역을 실시하기로 약속했다.

2018년 1억 원의 용역비로 실시된 ‘인천 문화유산 중장기 종합발전계획’ 학술용역은 애경사의 파괴를 계기로 실시됐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사태를 목도하고 인천시의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보존대책을 살펴본 결과, 인천문화재단 내 인천역사문화센터가 진행한 ‘인천 문화유산 중장기 종합발전계획’은 근대문화유산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표명해왔던 시민단체와는 아무런 소통 없이 이미 최종보고회까지 마치고 인쇄를 앞둔 상태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개항장 29층 오피스텔 인허가로 인한 논란으로 뜨겁던 와중에 제출된 ‘인천 문화유산 중장기 종합발전계획’ 최종보고회 발표 원고와 인천시 문화재과가 작성한 <문화유산 중장기 종합발전계획 수립 최종보고회 개최결과> 문서를 입수해서 살펴본 결과, 이 연구가 매우 안이하게 작성됐을 뿐만 아니라 인천시 문화재 행정이 소통 없이 행정적 절차를 위한 용역을 수행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2018년 3월부터 시작된 인천역사문화센터의 최종보고서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우선 인천 문화유산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근대역사문화유산과 관련해 관련 전공자가 없는 인천역사문화센터에 용역을 맡긴 점이다. 또 관련 학계나 인천 문화현장의 다양한 목소리가 전혀 반영될 여지가 없이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인천시는 ‘문화유산 중장기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자문위원단을 구성했다고 하는데, 자문위원단에는 유지상 전 문화관광체육국장, 최용덕 전 시의원 등 13명으로 구성됐다고 한다. 용역 발주처인 인천시의 담당국장이 자문위원단에 들어가 있는 것부터가 의문이다.

2018년 시청 중회의실에서 개최된 최종보고회에는 자문의원 8명과 집필자 2명, 수행자 2명만이 참여한 셀프 발표회로 진행됐다. 애경사 파괴에 이어 민주화운동의 유산이라 할 가톨릭회관의 철거 등 현장의 문화유산 파괴 문제를 제기한 시민단체들은 전혀 초대받지 못한 폐쇄적 최종보고회였다.

최종보고서의 내용은 최종보고회의 자문의원들조차 여러 차례 구체성이 없는 보고서라는 지적이 거듭됐다는 점에서 한계를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미 중앙정부에서 수년 전에 제정한 <한옥 등 근대건축자산에 관한 법률>에 의거 각 광역지자체별로 근대건축유산 등에 대한 전수조사가 실시됐어야했는데, 인천역사문화센터의 최종보고서는 기왕에 등록된 문화재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을 뿐이다.

인천에 있는 문화유산의 범주와 특성을 타 지역과 비교하면서, 인천만이 가자고 있는 문화유산 확충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하나 그런 적극적인 조사와 연구를 찾아보기 어려운 보고서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인천문화유산에 세계화는 강화 지역 유산에만 편중돼 있고, 서울시가 이미 수년 전부터 제도화한 ‘미래유산조례’ 같은 구체적인 제안도 없이 ‘인천주민유산’이라는 이름으로 100선한다는 것도 막연해 보인다.

인천의 현실을 돌아보면, 조일양조장 건물과 함선지 고택이 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철거된 데 이어 2017년 5월 애경사의 파괴, 12월 인천민주화유산 가톨릭회관의 철거가 이어지고 있다.

2018년 6월 12일에는 러시아영사관 인근부지에 29층 오피스텔이 허가돼, 바로 옆에 위치한 인천역뿐만 아니라 영국영사관이 위치했던 올림포스호텔의 경관마저 훼손하는 초고층 빌딩이 세워진다.

신흥동의 부윤 관사와 긴담 모퉁이길, 사동 마루보시 사택도 개발로 인해 훼손될 위기에 처해있다. 이런 곳을 목포의 ‘근대역사문화공간’처럼 면 단위의 등록문화재를 지정해도 모자랄 판에 그나마 지정된 ‘개항장 문화지구’조차 속절없이 훼손되고 있는 현실에서, 기대를 모았던 ‘인천 문화유산 중장기 종합발전계획’이 이처럼 부실한 내용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천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공개토론회를 통해 보다 밀도 있는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인천시는 문제제기 당사자를 빼놓은 채 추진된 ‘인천 문화유산 중장기 종합발전계획’용역은 전면 재검토돼야 하고, 이참에 역사 관련 기구 및 기관에 대한 교통정리를 추진해야 한다.

시 문화재 행정의 혼란과 소통 부재가 문제제기 당사자의 의견수렴도 거치지 않은 인천문화유산 종합발전계획을 생산했다. ‘시민이 시장이다’이기에 소통과 협치를 하겠다고 선언한 민선7기 시정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비단 이뿐이랴. 박남춘 시장이 공약한 인천시사편찬위원회 위상 강화 문제, 강화고려역사재단과 문화재단 산하 인천역사문화센터의 기능조정 문제, 인천시립박물관 개방형 관장 선출이 난항인 가운데 운영위원장부터 선임 등의 문제를 보더라도 인천시 역사행정의 난맥상을 목도할 수 있다.

따라서 박 시장과 시는 인천 정체성 찾기 차원에서 ‘인천시사편찬원’ 건립 등을 통해 역사행정의 일관성을 확립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담지 못한 ‘인천 문화유산 중장기 종합발전계획’ 용역은 전면 재검토할 수 있는 방안을 빠른 시일 내에 밝혀야 한다. 상응하는 조치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강력히 대응할 것이다.



교육·문화연구 local+,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사)인천개항장연구소, (사)인하역사문화연구소, 인천고전연구소, 복숭아꽃, 스페이스빔, 터진개문화마당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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