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국가 연구개발(R&D) 지원을 받아 개발한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국내기업을 외국기업이 인수·합병하는 경우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국가핵심기술, 영업비밀 등 기술 유출자에게는 기업에 끼친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도입된다.
정부는 3일 이낙연 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산업기술 유출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국가의 R&D 지원을 받아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하게 된 국내기업을 외국기업이 인수·합병하는 경우 신고만 하면 됐으나, 앞으로는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국가핵심기술, 영업비밀 등을 고의로 유출한 자에게는 기업에 끼친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물어내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된다.
산업기술 및 영업비밀 해외유출 범죄로 얻은 수익과 그 수익에서 증식된 재산까지 환수할 수 있도록 범죄수익은닉규제법도 개정키로 했다.
현재 일반 산업기술 유출과 동일한 처벌기준(15년 이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 벌금)을 적용받는 국가핵심기술의 해외유출에 대해 최소형량을 3년형 이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산업기술 유출사건 재판과정에서 피해기업에 기술유출에 따른 손실 입증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피해액 산정 등에 필요한 자료를 법원이 유출자에게 제출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도입할 예정이다.
아울러 현행 12개 분야 64개 기술로 지정된 국가핵심기술을 AI, 신소재 등 신규업종으로 확대·지정하고, 영업비밀 범죄 구성요건을 완화해 기술보호 범위를 넓혔다.
중요 산업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보안컨설팅 등을 지난해 170곳에서 올해는 20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오는 3월 시행 예정인 특허청 특사경(특별사법경찰)의 영업비밀침해 단속권을 적극 활용하고, 산업기술 해외유출에 대한 신고포상금도 현행 1억원에서 20억원으로 대폭 올릴 방침이다.
최근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이 기술보호를 강화하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반도체 등 주력산업을 중심으로 매년 20건 이상의 기술 해외유출·시도 사례가 적발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술보호 체계가 '기술탈취형 M&A' 시도에 취약하고, 유출 피해의 심각성에 비해 처벌이 관대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비해 미국은 '외국인 투자위험 심사 현대화법'을 제정해서 미국내 기업에 대한 외국기업의 M&A와 관련, 국방 관련시설의 인근 부동산을 매입하는 경우까지도 엄격한 심사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산업부는 소개했다.
특히 미국은 무역전쟁 와중에 중국의 '기술굴기'를 막기 위해 반도체, AI 등 첨단제조업에 대한 투자는 물론 부품 설계와 기술 이전을 차단하는데 전방위로 부심하고 있다.
독일도 최근 중국을 겨냥해 역외 기업의 자국 업체 인수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규제를 도입하려 하고 캐나다, 호주, 일본도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 자본의 자국 기술기업 인수에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정승일 산업부 차관은 4대분야, 20개 과제로 마련된 유출 근절대책과 관련, "산업기술 보호는 기술개발과 동일하게 우리 산업의 경쟁력 유지에 핵심적 요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서도 정작 관리 허점으로 지목돼온 기술인력 유출문제는 빠진 것에 대해 "적극적인 취업제한이라든지 하는 것들은 헌법상 기본권과 상충되기 때문에 채택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제도적 보완을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방부는 이날 별도로 발표한 '방위산업 기술보호 강화 방안'을 통해 방산기술을 유출한 업체에 대해서는 기존의 형사처벌, 재산몰수, 과태료 부과에 추가해 방산업체 지정취소까지 가능하도록 벌칙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방산기술 유출 사실을 자발적으로 신고한 업체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완화해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