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휘두룬 흉기에 찔려 숨진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세원(47) 교수에 대한 동료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1일 남궁인 이화여대부속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임상조교수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임세원 교수가 생전 쓴 글을 공유하며 그를 애도했다. 해당 글은 임 교수가 남궁 교수의 글을 본 뒤 답글 형식으로 작성한 것이다. 당시 남궁 교수는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해자 담당의 입장에서 응급실 내원 당시 상황을 전하며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임 교수는 "얼마 전 응급실에서 본 환자들의 이야기를 글로 쓰신 선생님이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며 "긴박감과 피냄새의 생생함 그리고 참혹함이 주된 느낌이었으나 사실 참혹함이라면 정신과도 만만치 않다"고 적었다.
임 교수는 "'이것이 나의 일이다'라고 스스로 되뇌면서 그분들과 힘겨운 치유의 여정을 함께한다"며 "그분들은 내게 다시 살아갈 수 있는 도움을 받았다고 고마워하시고 나 또한 그분들에게서 삶을 다시 배운다. 그리고 그 경험은 나의 전공의 선생님들에게 전수되어 더 많은 환자의 삶을 돕게 될 것"이라고 남겼다.
이에 남궁 교수는 "불의의 사고를 전해 듣고 그가 남겼다는 글을 보았다"라며 "피와 살이 튀지 않아도 누군가 내 앞에서 인생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잔인한, 이 사람이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지옥이겠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인간사의 일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너무 어처구니없고, 너무 끔찍한 것이기에, 도저히 내가 더 붙일 수 있는 말이 없다"며 "나는 나의 연말과 새해, 신년의 모든 소원과 축원과 희망을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훌륭한 선배이자, 동업자이자, 참혹한 전방에서 일생을 바쳤던 그의 영원한 명복과 안식, 깊은 애도를 위해 바치겠다. 할 수 있는게 이 밖에 없어 슬프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한편, 임 교수는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에서 자신의 환자가 휘두룬 흉기에 가슴 부위를 수차례 찔려 결국 사망했다.
사건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들에 대한 병원 내 폭력 및 범죄 행위를 강력히 처벌해달라는 글이 올라와 공감을 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