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검인물전] 이영자, 다시 불어온 영자의 전성시대

2018-12-2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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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이영자 [사진=연합뉴스]


방송인 이영자가 23일 KBS 2018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받았다. 데뷔 27년 만의 첫 대상이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여성 방송인의 대상 수상이 처음이라는 사실이다. 동료이자 후배인 김숙은 "이영자가 대상을 한 번도 타지 못한 것에 놀랐다"고 했다.

2018년은 문화·예능계는 물론 사회 전반적으로 여풍이 불었다. 1월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폭력 폭로를 시작으로 '미투(MeToo)' 운동과 여성의 권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남성중심주의에 문제의식이 생겼고 '페미니즘'이라는 용어도 널리 퍼졌다.
방송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여성 방송인들이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그중 한 명이 이영자다.

이영자는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수영복 차림의 몸을 당당하게 드러냈다. 사회가 정한 미(美)의 기준과 거리감 있는 몸매였지만 당당한 모습에 시청자는 환호했다. 최근 '자기 몸 긍정주의' 물결이 생겨났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자신도 타인의 외형을 함부로 평가하지 않는 것이다. 이영자가 보여준 자기 몸 긍정주의는 엄격한 아름다움의 기준을 맞추기 위해 발버둥쳐야 했던 여성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게 했다.

이영자는 방송에서 진심 어린 애정으로 자신의 매니저를 챙기고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며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여유로운 여성 캐릭터를 만들었다. 기존 여성 방송인들이 사랑받기 위해 애쓰고 예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던 것과 다른 ‘신선함’이었다.

여기에 먹방 열풍도 한몫했다. 이영자는 자신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알게 된 맛집 정보와 음식 지식을 맛깔나게 풀어 놨다. 전국 행사를 뛰면서 알게 된 고속도로 휴게소 맛집을 소개하자 사람들은 해당 음식을 먹기 위해 몇 시간을 달려 휴게소를 찾았다. 장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기존 방송에서 먹방을 자극적으로 보여줬다면 이영자의 맛 표현은 굉장히 섬세하다"며 "여성의 시선이 담겨 있다. 또 먹방에서도 함께 소통하려는 의제를 담아낸 것도 주효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미 그는 신인 시절 ‘영자의 전성시대’라고 불릴 정도의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다이어트 거짓 해명 논란’으로 방송을 떠나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 방송계로 어렵게 복귀했을 땐 겸손과 소통을 아는 방송인이 돼 있었다. 이영자는 수상 소감으로 "고마운 분들이 많이 생각난다. 제가 대표로 이 상을 받았지만 제가 잘해서 받은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련을 이겨낸 사람에겐 겸손과 소통이라는 덕목이 생긴다. 여성주의 흐름이 이영자에게 기회를 줬다면 그는 이 덕목을 가지고 '영자의 전성시대'를 다시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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