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정부는 ‘통계’에 시달렸다. ‘가계동향조사’라는 통계는 핵심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을 괴롭혔고, 통계청장 경질 논란을 불러왔다. 통계수치가 알려온 고용참사는 ‘일자리 정부’를 흔들었고, 급기야 연말 초단기 일자리 양산이라는 벼랑끝 정책을 펼칠 정도로 정부를 내몰았다.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면 뭐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던, 김동연 경제 부총리의 말이 이를 대변한다.
그러나 ‘통계와의 악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맞춤형 일자리가 일으킨 취업자 수 거품은 당장 내년 1월 사라진다. 올해에 이어 두 자릿수 증가폭을 기록한 내년 최저임금도 고용지표에 충격을 주는 요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취업자 수는 1월(33만4000명)을 제외하고 10만명대 안팎에 머물렀지만, 7월부터는 아예 10만명을 밑돌아 ‘고용 참사’가 시작됐다.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고용동향’에서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얼마나 늘었는지를 본다. 7~8월 취업자는 각각 5000명, 3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월평균 취업자 증가폭은 31만명이다.
정부는 취업자 수가 짧은 기간 너무 가파르게 줄어서, 생산가능인구 감소 영향만으로 설명하기 어렵게 됐다. 최저임금 인상 영향에 경기마저 좋지 않아, 임시‧일용직 등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크게 줄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게 됐다.
실제 10월 고용동향을 보면 상용근로자(1년 이상 고용계약)는 35만명 증가한 반면,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는 각각 13만8000명, 1만3000명 감소했다. 자영업자 같은 비임금근로자도 13만5000명 줄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정부는 2~3개월짜리 단기 일자리를 만들어 고용한파를 넘기로 했다. 물론 이는 질 높은 일자리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마저도 올해 12월에 끝난다. 여기에 올해 1월 취업자 수(33만4000명)가 비교적 높았기 때문에 연초부터 고용지표에 빨간불이 켜질 예정이다.
내년 최저임금이 10.9% 인상되는 점도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낙관적이지 않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9만8000개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면 최고 47만6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든다.
특히 내년 취업자는 기저효과로 지표상 소폭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질적으로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무는 양면성을 띠게 될 것이라는 게 문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기저효과로 내년 신규 취업자 수는 전년대비 확대될 것”이라며 “그러나 올해보다 성장률이 둔화되고, 고용유발효과가 높은 건설경기가 둔화됨에 따라 고용지표 개선을 제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한다 할지라도, 양질의 일자리로 대표되는 공공일자리 창출엔 한계가 있다. 향후 재정적 부담이라는 후폭풍도 존재한다. 경기 둔화로 민간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 여건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유란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결국 민간부문에서 일자리가 창출돼야 하는데, 경기가 좋지 않다보니 당분간 민간부문에서 일자리가 늘어나긴 힘들 것”이라며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경기정책에 집중하고, 기업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혁신성장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