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5일 0시(현지시간·한국시간 5일 오후 2시)를 기해 발동된 원유, 석유제품 및 금융 거래 금지를 핵심으로 하는 미국의 대(對)이란 2차 제재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2단계 제재에 한시적(180일) 예외를 인정받은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8개국이다.
미국 정부가 일부 국가의 특수성을 감안해 예외국을 인정했지만, 석 달 전 1단계 제재에 이어 대이란 2차 제재를 본격화함에 따라 '미국의 일방주의'와 '이란의 저항경제'는 일촉즉발로 치달을 전망이다. <관련 기사 3면>
이번 2단계 제재의 핵심은 이란의 원유와 천연가스, 석유화학 제품, 항만 운영·에너지·선박·조선 및 이란 중앙은행과의 거래 차단이다. 앞서 지난 8월 발효된 1단계 제재가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 등에 불이익을 주는 간접 제재였다면, 2단계 제재는 사실상 이란의 생명줄을 끊는 '직접 제재'인 셈이다.
다만 미국 정부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인도, 터기 등 8개국에 대해 이란산 원유 수입의 상당한 감축을 전제로 2단계 제재의 예외를 인정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 필수적인 초경질유(콘덴세이트)를 안정적으로 수급하고 한·이란 간 교역에 활용해온 원화 사용 교역결제시스템의 유지로 대이란 수출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 한국(13.2%)은 중국(24%), 인도(18%)와 함께 대표적인 이란산 원유 수입국이다.
이란산 원유 수입 길이 열리면서 수출기업의 숨통은 트였지만,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은 경제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미국의 시도는 실패할 것"이라며 항전을 다짐했다. 유럽연합(EU)도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비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국이 대이란 제재의 예외국이 되면서 한숨을 돌렸지만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 변수가 산적해 당분간 경제 불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