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발(發) 리스크로 신흥국 시장이 크게 휘청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은행이 받은 충격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주변 유럽국으로 리스크가 전이될 경우 새로운 유럽 재정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은행권과 KB증권에 따르면 터키 익스포저를 보유한 은행은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SC제일은행 총 4개로 3월 말 기준 익스포저는 총 1360억원으로 나타났다.
다만 카타르 국영은행(QNB)이 정기예금을 기초자산으로 국내에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한 바 있어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QNB는 터키 5대 민영은행인 피난스뱅크(Finansbank)를 인수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QNB 대출의 14%가 터키와 연관이 있어 뱅크런 발생 시 담보력이 훼손될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QNB의 예수금 중 35%가 카타르 정부 및 관련 기관 예금으로 뱅크런 가능성이 낮다. 또 은행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최대주주인 카타르 투자청(QIA)의 지원 가능성이 높아 지나친 우려는 기우라는 분석이다.
전혜현 KB증권 연구원은 “수익성과 자산의 질은 저하되고 있지만 유동성과 자금조달 구조가 등급대비 우수하다고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터키발 금융위기는 새로운 유럽발 재정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나온다.
이영하 교보증권 연구원은 “터키발 위기는 우크라이나와 이집트, 남아공, 스페인 및 이탈리아은행위기로 전염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는 우크라이나와 이집트, 남아공의 경우 신흥국외환시장, 대외부채, 지불여력 등 거시 여건점검 시 리스크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또 스페인 은행들은 터키와 브라질을 포함한 유라시아 및 중남미 대출비중이 높아 부실이 확대될 경우 이에 따른 영향이 불가피한 상태다.
아울러 이탈리아는 자체 부실대출이 많고, 유럽중앙은행(ECB)의 지원이 약화되는 가운데 새로운 재정위기 우려 발생 가능성이 높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무역분쟁과 함께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는 터키쇼크는 리라화 환율에서 보듯이 불안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터키 불안이 유로존 은행 리스크와 신흥국 전염 우려를 야기하고 있는 만큼 면밀한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