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는 규제 개혁뿐 아니라 한국 경제를 변화시킬 사회적 동력을 제공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
지난 3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제23대 대한상의 회장으로 추대되며 밝힌 취임 일성이다. 21일로 어느덧 취임 5주년을 맞은 박 회장은 재계와 정부를 잇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며, 취임 당시 목표를 차근차근 이뤄가고 있다는 평가다.
박 회장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해체위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내부 갈등 등으로 재계 이익단체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 속에, 재계와 정부의 소통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며 대한상의의 입지를 '재계 대표' 격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7월에는 '대통령과 기업인 간담회'를 조율한 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첫 미국 순방 일정에 동행한 방미 경제인단을 구성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백윤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을 잇따라 초청해 간담회를 열고 정부에 경제계의 입장을 공유하고, 상호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또 여야 고위 관계자들을 연이어 만나며 경제정책 논의에도 적극 나섰다.
박 회장이 취임 후 특히 강조하고 있는 것은 '규제 개혁'이다. 그는 규제개혁 과제를 발굴해 20여 차례 정부에 제출했다. 각종 발표회나 토론회 등을 통해 건의한 것까지 합치면 40여 차례에 달한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지난해와 올해 집중됐다.
박 회장은 "이제는 과제의 발굴보다는 해결 방안에 좀 더 집중할 때"라며 "해결이 안 되고 막혀있는 규제가 있는데 이번 정부에서 꼭 해결됐으면 한다"고 역설해 왔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박 회장은 최근 한반도 해빙 무드 조성으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는 '남북 경협'에 있어서도 재계 대표 소통창구 역할을 적극 수행하고 있다.
박 회장은 '질서 있고 차분한' 경협 추진을 위해 남북 민관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고, 지난 3월에는 '남북관계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전문가 콘퍼런스를 개최하면서 재계 차원에서 논의의 물꼬를 텄다.
지난 5월 대한상의 산하에 민간 싱크탱크인 '지속성장 이니셔티브'(SGI)를 출범시키며, 남북 경협 강화와 일자리 창출 등 성장을 위한 합리적 대안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밖에도 박 회장은 SGI를 통해 기업들에 경제 상황을 균형감 있게 진단해 알리고, 미래 성장을 위한 실천적 대안을 제시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와 정부 사이에 적극적인 소통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박 회장의 '중간 성적표'는 합격점"이라며 "남은 임기 동안 규제 완화, 일자리 창출, 근로시간 단축 등 기업운영의 핵심적 사안에 대해 재계와 정부 간 합리적인 조율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