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도입확정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왼쪽)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 오키드홀에서 개최된 '제6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이 선언됐다. 이로써 국민연금이 재계·기업 활동에 본격적으로 관여할 기반이 마련됐다. 경영간섭과 경영감시 여부를 두고 업계의 우려가 적잖지만, 올바른 기업경영활동을 유도하기 위한 수단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보건복지부는 30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 오키드홀에서 개최된 ‘제6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안이 심의·의결됐다고 밝혔다.

스튜어드십코드는 ‘주인’인 고객 자산을 맡아 운용하는 기관투자자가 ‘집사’ 역할을 충실히 하고 선량하게 관리하도록 책무를 부여하는 기준이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안은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수행하는 기준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경영참여 등 주주권 행사 범위 구체화 △위탁운용사 의결권 행사 위임 △수탁자 책임 전문위원회 설치 △비공개 대화, 주주대표 소송, 기업명 공개, 공개서한 발송 이행방안 설정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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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는 지난 26일 제5차 위원회를 개최하고 이 도입방안을 의결키로 했으나, 당시 위원회 내에서 쟁점사안에 대한 찬반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의결에 실패한 바 있다.

주요 쟁점사안은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범위였다. 우선 기업 상당수는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에 대해 경영간섭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반대로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에 대한 감시자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따른 대안으로 복지부와 국민연금은 심각한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권익 침해 행위로 국민 자산에 피해를 입히는 기업에 대해서만 공개주주활동 전환과 공개서한 발송, 기업명 공개 등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키로 했다. 또 횡령, 배임, 경영진 사익편취행위 등과 관련해 해당 기업이 개선 여지가 없을 때에도 즉각 이를 대외에 공표하고 적극적인 공개 활동을 펼친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초기에는 자본시장법상 경영참여에 해당하지 않는 주주권부터 우선 도입하고, 사실상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영참여 주주권’은 제반 여건 구비 후에 이행방안을 마련해 시행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법령 개정 등 제반 여건이 구비되면 자의적인 경영간섭이 아니라 국민자산 보호를 위한 경영감시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며 “기금 가치증식과 수익성 등을 위해서만 주주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됐던 위탁운용사 의결권 행사 위임과 코드 이행에 따른 가점부여도 추진한다. 단, 개별운용사 코드 내용과 의결권행사 세부기준에 대해서는 자율성을 보장한다. 특히 ‘의결권행사 위임 가이드라인’ 등을 수립·시행하고, 수익 제고 등에 반할 경우 의결권을 회수할 수 있다.

기금운용위원회 위원들은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에 대해 국민 기대와 경영계 우려가 공존하는 만큼, 이러한 제도 변화가 긍정적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힘써줄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