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경제적 부(富)에 비해 인간 진보는 뒤처져 있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2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 사람중심 경제'를 주제로 열린 국제콘퍼런스에서 "한국은 단순 경제 성장이 아니라 이제 인간 진보에 있어 중요한 게 무엇인지 논의할 때가 됐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1960년대 한국은 정말 가난했고 모든 것이 생산을 높이고 부유해지는 데 초점을 맞춰서 움직였다"며 "그 결과 유례없는 성장을 달성했고 성장 모델의 대표적인 국가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경제가 성장하며 한국의 GDP(국내총생산)는 올랐지만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그렇지 못하다고 짚었다.
크루그먼 교수는 "뉴질랜드는 한국과 1인당 GDP가 비슷한 수준이지만 삶의 만족도를 조사해보면 더 높다"며 "한국인들이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요소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과 한국 등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국가가 오히려 인간 진보면에서는 퇴보했다"며 "사람들은 자신이 사회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으며, 우울감에 빠지는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포용'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정말 가난한 국가라면 물리적인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지만, 어느 정도 성장을 이룬 뒤라면 그 이후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며 "결국 경제는 사람에 관한 것이고, 경제의 목적은 경제를 구성하는 사람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삶의 질이 높은 뉴질랜드, 덴마크, 노르웨이 등 노르딕 국가의 경제 모델을 주목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이들 국가는 단순히 GDP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해 노력했다"며 "단순히 구매력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사회의 일원이라고 충분히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구체적인 정책은 지적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한국 정부가 이러한 이슈에 대해 생각하고 논의하게 된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연설을 마쳤다.
이번 콘퍼런스는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주최한 가운데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주관으로 열렸다. 크루그먼 교수를 포함해 해외 석학 및 저명인사, 국제기구 담당자 등이 참석했으며 해외 연사 10여명이 주제 발표와 토론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