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흙과 돌 먹으며 버틴 고양이 '수호'

2018-06-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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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펫] 처음에는 길가에서 잠들어 있는 길고양이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이상했다. 사람이 가까이 가도 멀뚱멀뚱 쳐다볼 뿐 움직일 생각도 하지 않고, 한참 뒤에 다시 가서 봐도 그 자리 그대로였다.

움직이지 않는 게 아니라 움직일 수 없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길에서 홀로 막막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던 그 고양이에게 다행히 구조의 손길이 내밀어졌지만, 병원에 데려가서 들은 이야기는 더 참담했다.


눈에 띄었다는 이유로 하반신 마비라니

처음에는 교통사고로 몸을 못 움직이는 것으로 추정했고, 병원에서 다리 수술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골절 치료를 하려고 일단 보름 정도 입원하며 몸을 회복시키려 했는데, 막상 척추 쪽 문제로 MRI를 찍으며 자세히 검사를 해보자 상태가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수의사 소견에 따르면 교통사고가 아니라 무언가 강한 충격이 가해져서 생긴 사고인 듯했다. 누군가가 장난삼아, 아니면 화풀이로 죄 없는 길고양이를 다리를 쓸 수 없을 정도로 가격한 것이다.

고양이 수호는 정말 운이 나빠서, 그저 작은 생명을 장난감처럼 여기는 잔인한 사람의 눈에 띄었다는 이유만으로 돌이킬 수 없는 장애를 얻게 되었다.


상태로 예측하기로는 대략 일주일 전쯤에 일어난 사고인 듯했다. 수호는 일주일간 길에서 앞발로 기어다니며 버티던 중에 구조자에게 발견되었던 것이다.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을까. 사고 직후에 병원에 왔다면 그나마 다리를 치료할 수도 있었을 텐데, 길 위에서 방치된 시간 동안 하반신은 수술로 어찌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 버렸다. 이제 겨우 한 살이나 됐을 어린 고양이 수호는 후지마비로 살아가야 한다.

수술로도 치료할 수 없다는 판정을 받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방병원으로 옮겨 침 치료를 받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수호에게는 입원장 밖에 나와 곁에서 재활 치료를 도와줄, 그리고 세상의 희망을 보여줄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너는 희망을 발견했니

구조 당시 엑스레이를 찍어 보니 수호의 뱃속에는 자잘한 돌이나 흙 같은 것들이 보였다. 불편한 몸으로 먹을 것을 찾을 수 없어 그저 살기 위해 닥치는 대로 흙을 주워 먹었던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 따뜻함보다 공포와 잔혹함을 먼저 경험했을 아이. 하지만 구조 이후 요즘 수호의 얼굴은 편안하다.

병원에서 평생 후지마비를 얻어 살아가야 한다는 판정을 받아 수호의 사연을 지켜보던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지만, 수호 입장에서는 길 위에서 혼자 막막한 밤을 버텨야 했던 시간보다는 입원장에서 치료받는 지금의 상황에 조금은 안심한 것일까.


어쩌면 사람보다 더 긍정적인 기운을 전해주는 고양이 수호는 두 달째 입원장에서 치료를 받는 중이다. 수호의 재활을 위해 많은 분들이 모금을 해주어 병원비를 보탰지만, 계속 입원장에 갇혀 있으면 많이 움직일 수 없어 근육 소실이 더 빨라지게 된다.

후지마비인 수호를 케어하는 것이 물론 쉽지는 않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압박 배뇨를 해야 해서, 서로 익숙해지는 데에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수호에게는 가정에서 보살펴줄 임보처나 입양처가 절실히 필요하다.


어린 나이에 죽음의 고비를 견뎌낸 수호가 이제는 편안한 마음으로 안심하고 지낼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만날 수는 없을까. 이 작은 생명이 잔혹한 길 위나 조그만 입원장을 벗어나 세상의 아름다움과 따뜻함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를 간절히 응원한다.

(입양/임보 문의 : 카톡 lead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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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호 기자 juho37@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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