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개헌안을 발의한 26일 정세균 국회의장은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에게 국회 단일 개헌안 마련을 당부했다. 아울러 국회 단일 개헌안이 이른 시일 내 합의될 경우 문 대통령에게 투표 시기 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오늘 오후 3시면 개헌안이 국회에 도착할 것 같다. 헌법 절차에 따르면 5월24일까지는 국회가 여기에 대해 입장을 결정해야 하는 책무가 생긴다"며 "개헌의 공이 오늘부로 완전히 국회로 넘어왔다"고 운을 뗐다.
이어 "시기가 문제다. 아직도 각 당이 시기를 놓고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데, 지금부터 한 달 내로 국회가 단일안을 만들어 내는 조건이 충족된다면 시기를 조절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지금부터 정부안과 각 당의 안을 잘 해서 합의안을 만든다면 전 의장으로서 국민과 대통령에게 (개헌안 투표) 시기에 대한 조정을 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대통령개헌안 발의는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반증이란 점에서 국회가 그 동안의 역할을 돌아봐야 한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우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개헌 발의는 개헌 논의를 중단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며 "한 달 남짓 기간 동안 충분한 시간과 기회가 있고, 그렇기에 국회 주도 개헌 완성을 위해 노력하자"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에서 합의안이 만들어지면 대통령개헌안이 언제든 철회 가능하다. 오늘 당장이라도 5개당 4교섭단체의 8인 협의체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정 의장과 우 원내대표의 이같은 제안에 어깃장을 놓았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우 원내대표가 조금 전 국회 차원의 8인 협의체로 개헌 속도를 내자고 하는데, 이제 대통령개헌안은 개헌안대로 발의가 이뤄졌으니 더이상 왈가왈부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대통령개헌안에 대해 국회가 손 댈 이유도 없고, 손 대지도 않을 것이다. 국회는 민주당이 빠진 가운데 야4당 중심의 개헌안이 마련되며 그 자체가 국민 개헌안이 되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오늘 발의되는 대통령개헌안을 당론으로 가져간다면 국회 주도의 개헌 논의를 하지 말자는 입장이나 마찬가지니까 슬기롭고 지혜로운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개헌안 논의 과정에서 민주당의 역할이 전혀 안보였다. 청와대를 대변하는 모습만 보였다"며 "개헌안은 여당이 중심잡고 청와대를 설득하고, 야당을 설득하고 그렇게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게 필요한데, 그런 여당의 모습을 볼 수 없어서 매우 유감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아무튼 국회 차원에서 교섭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개헌안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