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 당을 지지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지 못했던 것이 지금껏 후회스럽다.’
23일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추정되는 한 보좌진이 정치적 자유를 요구하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 올렸다.
글을 보면 보좌진들은 본인들을 비롯해 가족들도 당원으로 가입해야 했다. 또 지난 8월에는 보좌진 전원의 신상명세와 당비납부내역을 보고하라는 공문도 내려왔다. 이에 더해 “보좌진이 당원이 아닐 경우 당협 평가시 불이익을 주겠다는 협박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당은 자유한국당으로 추정된다. 글쓴이는 “최근 김영철 방한을 저지하겠다고 통일대교에서 노숙투쟁을 벌였다. 지역별로 인원 동원령이 떨어졌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통일대교에서 노숙투쟁에 나선 정당은 자유한국당이 유일하다. 그는 “이 날은 우리 차까지 몰고 가 임진각 한복판에서 덜덜 떨며 밤을 새워야 했다”면서 “당이 보좌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날 다시금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글쓴이는 “ㅇㅇㅇ 대표님, ㅇㅇㅇ 사무총장님 여러분에게 보좌진은 무엇입니까?. 대선 당시 ㅇㅇㅇ 후보를 위해 전국 각지로 내려갔던 보좌진들은 법에 명시된 선거사무원 수당은커녕 실비도 받지 못했다”면서 “오히려 선거 직후 당이 어렵다며 보좌관 월 5만원, 비서관 월 3만원의 직책당비를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당의 조직이나 인력이 아니며 당의 지갑은 더더욱 아니다. 보좌진은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국회가 채용한 공무원”이라면서 “(보좌진은) 의원이 아닌 사무처와 고용계약을 맺고,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다. 우리들의 정치적 자유가 보장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글쓴이는 요구사항 몇가지를 글에 담아 전했다. 우선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권리와, 원하는 정당에 가입할 수 있는 자유다. 또 당론과 다른 의견을 보고할 권리와, 직간접적으로 당이 지시하는 업무로부터의 자유도 요구사항으로 제시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시민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마땅한 권리를, 자유민주주의를 당의 사명으로 천명한 모 당에 요구한다”고 말했다.
당의 현실에 대한 비판도 이뤄졌다. “탄핵 후 모 당은 혁신의 기회를 버리고 수구를 선택했다”며 “‘우리가 뭘 그리 잘못했나’, ‘이런 때일수록 분열해선 안 된다’는 외침이 합리적 비판을 뭉개버렸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 결과 대한민국 현대사를 이끌었던 보수당은 영남의 지역정당으로 내려앉았다. 서울시장에 공천할 인물이 없다”면서 “여성과 청년의 당 지지율은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지지자들은 부끄러워 스스로 보수라 밝히지도 못한다”고 일갈했다.
글쓴이는 “모 당은 거꾸로 가고 있다. 무조건 증원, 무조건 단결, 무조건 합일은 여러분이 그토록 혐오하는 북한식 전체주의나 마찬가지”라면서 “‘다름’이 없는 민주주의, 다툼이 없는 정당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