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를 동반하지 않은 강제추행 피의자를 구속기소 한 것에 대해 법조계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전과가 없는 피의자가 강제추행을 저질렀을 경우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게 일반적이란 얘기다.
형사소송법 제70조는 '법원은 피고인이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 또는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구속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 법원은 범죄의 중대성과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와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앞서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을 위한 조사단'(단장 조희진 검사장)은 지난달 12일 김 부장검사를 강제추행 혐의로 긴급체포, 이틀 뒤인 1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번 사건은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를 계기로 조사단이 출범한 후 재판에 넘겨진 첫 사례다.
그러나 김 부장검사의 경우 특별히 주거가 불분명하다거나 도주 우려가 크다고 보기도 어렵다. 또 강간이나 살인이 아닌 강제추행 혐의만으로 피의자가 구속기소 된 경우는 드물다. 통상 검찰은 실형이 나오는 범죄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데, 강제추행은 실형이 안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김 부장검사의 긴급체포 후 구속기소는 '부장검사'라는 그의 특수한 신분과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이란 사회적 분위기가 결합한 결과라는 의견이 많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부장검사라는 지위의 특수성이 많이 고려된 것 같다. 본인이 법을 준수해야 하는데, 어긴 측면이 있는 것"이라며 "또 검찰 특성상 사내 메신저로 쉽게 대화할 수 있는데, 피의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해 '내게 유리한 진술을 해라'라고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영미 한국여성변호사회 변호사는 "피의자의 지위가 검사다 보니 피해자를 찾아가 회유한다거나, 사건 발생 당시 동석했던 다른 목격자를 찾아가서 부탁하거나 설득하는 등 상황을 본인에게 유리하게 바꾸려는 시도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판단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정향 백성문 변호사도 "통상 전과가 없고 강제 추행 범죄면 구속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면서도 "피의자가 현직 부장검사인 데다, 최근 검찰 내부에서 미투 운동이 벌어지면서 내부적으로 발생하는 성범죄 문제를 엄단하겠다는 입장과 기류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법원은 이달 30일 2차 공판에서 검찰이 신청한 증거 조사와 양형 심리를 한 뒤 재판을 마무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