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보팅 없애니 감사선임 줄줄이 부결

2018-03-1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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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보팅을 없애니 주주총회에서 감사 선임에 실패하는 상장법인이 늘어나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인 칩스앤미디어는 16일 주총을 열었지만 의결정족수 미달로 감사 선임안을 통과시키기 못했다. 이달 9일 코스피 상장기업인 영진약품이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감사위원을 선임하지 못한 이후 두 번째 사례다. 
 
칩스앤미디어 주총에는 전제 발행주식(741만 주) 가운데 38%가 참석했다. 하지만 감사 선임안은 '의결권 있는 전체 주식 대비 25% 이상' 찬성해야 한다. 감사와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에는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 됐다.
 
영진약품도 비슷하다. 의결권 있는 전체 주식 가운데 23.85%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영진약품 최대주주는 KT&G다. 역시 의결권은 3%로 제한됐다. 소액주주 비중은 47.55%에 달한다. 영진약품 영업사원 100여명은 최근 한 달 동안 전국을 돌며 소액주주를 만났다고 한다.

이런 일은 이미 예견됐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2%에도 못 미치는 소액주주 의결권 행사율을 이유로 든다. 이런 이유로 코스피·코스닥에 속한 90여개사가 의결정족수 미달로 감사와 감사위원 선임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얘기다.

광주은행도 오는 22일 주총을 앞두고 고민이 크다. 이 회사 소액주주들은 낮은 배당 성향을 문제 삼아 감사위원 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질 것을 서로 독려하고 있다. 광주은행 사측은 위임장을 받으러 소액주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위원회 구성이 불발되면 자칫 상장폐지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액주주 측은 완강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 3년 동안 섀도보팅 폐지 유예기간에도 전자투표를 도입했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며 "아직 우리나라 소액주주는 투자에만 관심을 두고 있어 의결권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선 섀도보팅 폐지 대안으로 의결정족수 요건을 완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섀도보팅 폐지 보완법들이 발의돼 있다. 자유한국당 윤상직 의원이 의결정족수 비율을 보통 결의는 5분의 1, 특별결의는 4분의 1로 낮추는 상법개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도 주총에 직접 가지 않아도 원격통신수단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참여할 수 있는 내용의 상법개정안을 내놓았다.

물론 
대주주의 독선적인 경영권 행사를 막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섀도보팅 폐지의 취지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섀도보팅 폐지의 목적은 감사 선임을 목적에 맞게 할 수 있도록 가능하면 다수 주주의 의사를 반영해서 주주총회에서 선임하라는 것"이라며 "지난 3년의 유예기간 동안 회사가 준비하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2~3년은 해보고, 우리나라 주주들이 주총에 잘 참석하지 않는 게 특징이라는 점이 명백하게 드러나면 그때 가서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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