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소에 머물기엔 사랑이 많은 냥이

2018-02-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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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이네> 보호소 모현이

[노트펫] 보호소에 머물고 있는 갈 곳 없는 아이들이 항상 해피엔딩으로 가족의 품을 찾아갈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특히 예민한 고양이들은 봉사자들이 오고 가면 오히려 구석에 숨으며 경계하는 경우도 많아, 입양 사진을 찍기 어렵거나 가정에서 적응하기 어려워 보이는 경우 아무래도 입양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반면 보호소에 있으면서도 유난히 사람을 따르고, 봉사자만 봐도 무조건 친근하게 달려오는 고양이는 또 그 나름대로 안타깝다. 더 오랫동안, 더 많이 사랑해줄 수 있는 가족이 있다면 마음 놓고 애교를 부리고 사랑을 줄 수 있을 텐데. 보호소에 두고 보기에는 그 애정이 절실한 아이의 모습이 참 짠할 수밖에 없다.

일산 <반달이네> 보호소의 모현이도 그랬다. 모현이는 광주시 모현동에서 어릴 때 구조되어 보호소에 머물게 되었다.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무릎냥이라서, 봉사자의 무릎 위에 올라와 앉아 있다가 내려놓으려고 손을 내밀면 작은 발을 뻗어 그 손을 막는다. 보호소에서 봉사자가 발톱을 깎아줄 수 있을 정도로 얌전한 아이가 몇 안 되는데 모현이도 그중 하나다.


2년 동안 ‘반달이네’에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소윤주 씨는 모현이를 처음 만났던 순간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짠하단다.

“처음 보호소에서 봤을 때는 털도 푸석푸석하고 너무 말라서 걱정이 많았던 아이예요. 보호소에 있는 아이들은 물론 크고 작은 병이 있는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대체로 건강해 보였는데, 모현이는 딱 봐도 뼈마디가 만져질 정도로 말라 있었어요. 밥도 잘 못 먹어서 일주일에 한 번 봉사 갔을 때 주는 츄르만 겨우 받아먹었고요.

검진을 해보니 구내염이어서 두 차례의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하기 전에 엑스레이를 찍었을 때 장도 텅텅 비어 있었다기에 눈물을 쏟고 말았던 기억이 나는데…… 다행히 수술도 잘 끝났고 지금은 밥도 잘 먹고 건강해졌어요.”


보호소에서 꾸준히 접종이나 심장사상충 관리도 하면서 언제든 입양 갈 준비가 끝난 모현이는 일단 좋은 임보처를 만나 지금은 그곳에서 지내고 있다. 임보처에서 아직 안약 치료를 받고 있는데, 치료가 끝나면 비로소 평생 가족을 만날 수 있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모현이는 임보처에서도 그날부터 바로 사람을 졸졸졸 쫓아다녔어요. 조잘조잘 따라다니면서 배 위에 자리를 잡고 꾹꾹이를 할 정도로 너무 사랑이 많은 아이입니다. 그만큼 외로움도 많이 타서 사람이랑도, 다른 고양이들이랑도 잘 지내기 때문에 보호소보다는 늘 곁에 있는 가족이 꼭 나타났으면 좋겠어요.”


<반달이네> 보호소에는 강아지가 80여 마리, 고양이가 10여 마리 지내고 있다. 올 겨울은 유난히 한파가 길고 혹독한데, 여느 사설 보호소처럼 봉사와 후원의 손길은 늘 부족하기만 하다.

여러 마리가 작은 공간에 북적이며 머물러야 하는 보호소 안에서 고양이들은 각자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모현이는 그 안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사람들에게 자꾸만 말을 걸었다.

사람 품에 안겨 골골송을 부를 때 가장 행복한 고양이 모현이. 모현이는 이미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한 것 같다. 이제 그 목소리에 응답해줄 수 있는 평생 가족이 나타날 차례다. (입양 문의 : 카톡 themoon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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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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