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B급 며느리' '피의 연대기' '공동정범', 문제적 다큐의 등장

2018-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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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극장가를 사로잡은 '문제적' 다큐들[사진=영화 'B급 며느리', '피의 연대기', '공동정범' 메인 포스터]

문제적 ‘다큐멘터리’의 등장이다.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입 밖으로 꺼내놓지 못했던 문제부터, 곪아 터지기 일보 직전인 문제까지. ‘문제’들을 짚고 나선 다큐멘터리가 새해 극장가를 사로잡은 것이다. 다른 시선, 다른 화법을 가진 이 문제적 다큐멘터리들은 공개 직후 관객들의 이목을 끌며 영화계 ‘뜨거운 감자’로 대두됐다.

지난달 17일 개봉한 ‘B급 며느리’(감독 선호빈)는 감독이 자신의 가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고부갈등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생활밀착형 다큐멘터리다. “모든 억압과 착취에 맞서겠다”는 며느리와 그를 이해할 수 없는 시어머니 그리고 ‘고래 싸움’에 등 터진 아들의 모습은 가부장적인 한국 가족 문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 두 여성의 모습을 생생히 펼쳐내고 ‘웃픈(웃기고 슬픈)’ 상황을 통해 여러 문제점을 꼬집으며 관객들에게 공감과 자각을 안겨준다. 더 나아가 ‘B급 며느리’는 단순한 세대 갈등이 아닌 여성의 삶에 카메라를 깊숙이 들이민다. 한 여성이 며느리가 되고 버려야 할 것들, 잃게 되는 것들에 당당히 반기를 드는 모습이 흥미롭고 통쾌하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 진출작이다.

18일 개봉한 ‘피의 연대기’(감독 김보람) 역시 여성을 둘러싼 ‘문제’를 제기한 작품이다. 한 달에 한 번, 일 년에 12번, 살면서 최소 400번 여성을 귀찮게 만드는 ‘생리’에 대한 탐구다큐멘터리다. “생리는 왜 부끄러운 일이 되었을까? 다르게 피 흘릴 방법은 없을까?”라는 질문을 가지게 된 김보람 감독은 해외 취재와 방대한 아카이브를 통해, 기나긴 생리의 역사를 탐구하고, 대안 생리용품을 탐험하고, 세계적 변화의 바람을 대리 체험하게 해준다. 지금까지 ‘검은 봉지’ 안에 숨겨진 생리 이야기를 재기발랄하게 풀어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또 젊은 감각의 애니메이션과 모션그래픽을 적재적소에 배치, 다큐멘터리를 더욱 밝고 유쾌하게 완성했다는 것도 인상적인 부분이다. 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다큐멘터리 옥랑문화상, 43회 서울독립영화제 새로운 시선상 수상작이다.

25일 개봉한 ‘공동정범’(감독 김일란 이혁상)은 용산 참사를 다룬 ‘두 개의 문’(2012)의 스핀오프 작품이다. 전작이 용산 참사의 현장 재현, 재판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면 ‘공동정범’은 2009년 1월 20일 철거민 5명, 경찰 특공대원 1명이 사망한 ‘용산 참사’ 이후 억울하게 수감되었던 철거민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살아남았다는 기쁨도 잠시, 생존자들은 엇갈린 기억으로 서로를 탓하며 날카로운 말을 겨눈다. ‘공동정범’은 용산 참가 9주기와 맞물려 개봉하게 됐다. 끝나지 않은 그 날의 비극을 상기시키고 살아남은 사람들을 통해 또 한 번 문제를 지적한다. 2016년 제8회 DMZ국제다큐영화제 한국 경쟁부문 최우수한국다큐멘터리상과 관객상을 수상했고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 우수작품상과 독불장군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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