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이나 지방공기업이 자동차를 살 때 친환경차를 일정 비율 의무 구매하도록 했지만, 위반한 기관·기업에 대한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데다 시정조치 또한 전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산자부는 현행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난해 3월부터 전국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을 대상으로 친환경차 구매 현황을 집계하고 있다. 이때 친환경차엔 전기차, 태양광차, 하이브리드차, 연료전지차 등이 포함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말 해당 법률의 시행령 개정을 통해 친환경차의 연간 의무 구매 비율을 기존 50%에서 70%에서 늘리는 등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을 중심으로 친환경차 보급을 점차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문제는 이러한 친환경차 구매 의무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해당 법률 제2항은 ‘산자부 장관은 구매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의 명단을 공표할 수 있다’고 규정해 명단 공표 여부를 사실상 산자부의 재량에 맡겨두고 있다.
이에 따라 2016년 1월 해당 조항이 신설된 이후 구매 의무를 위반한 이들에 대한 명단 공표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위반한 기관·기업에 대한 공문 발송 등 시정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산자부 자동차항공과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해당 기관·기업을 대상으로 구매 의무 이행 여부를 조사하고 있지만, 언론에 공표하고 있진 않다”며 “시행 초기 단계인 점 등을 고려해 정책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매 의무를 위반한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에 대한 시정조치는 없었다”며 “매년 3월 관련 현황을 집계하는데, 오는 3월 조사 결과를 공표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환경부는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지난 2009년부터 매년 수도권 내 행정·공공기관의 저공해 자동차 구매 실적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말엔 해당 법을 개정해 대상 기관이 저공해차 의무구매 비율 50%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오는 2019년부터 300만원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처장은 “정보의 투명성은 그 사회의 발전 지수”라며 “민간 기업 임원 연봉도 공개하는데, 예산을 투입해 법을 만들고 지원하는 사안에 대한 정보는 당연히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처장은 “법령 이행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도 고민할 부분”이라며 “꼭 벌칙이 아니더라도 공공기관·지방공기업 평가 시 가산점을 주는 등 인센티브 방식으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